그래, 정답은 시골이다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시골 빈집에서 행복을 찾다/이케다 하야토

생각 1.

기자는 어릴 적 시골에서 자랐다. 10년 남짓. 시골 생활은 지금까지 살아온 세월의 5분의 1 정도밖에 안 되지만, 기자가 간직하는 아름다운 추억의 90%가량은 시골에서 자랐던 그 시기에 멈춰 있다. 그래서일까. 기자에겐 시골은 아직도 돌아가고 싶은 곳으로 머릿속에 깊게 각인돼 있다. 아니, 어쩌면 설렘과 행복의 공간으로 가슴속에 남아있는지 모른다.

생각 2.

도시화로 한때는 모두 떠났던 시골의 빈집이 다시 하나둘 채워지고 있다. 퇴직 후 시골로 귀농하는 사람이 대부분이지만, 오랜 도시 생활에 지쳐 혹은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어서 빈집을 찾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사연은 그렇다 하더라도, 이들이 이구동성 하는 얘기가 있다. 빈집을 찾아 귀농한 뒤 마음의 여유와 행복을 찾았다는 것이다.

日 사회 트렌드 '시골 이주'
도시의 삶에 지친 직장인
시골서 행복 찾는 이야기
"나라 다를 뿐 우리와 같아"

시골에서 행복을 찾는 사람은 또 있다. 일본 도쿄의 한 평범한 직장인 이케다 하야토도 마찬가지이다. 그는 <시골 빈집에서 행복을 찾다>의 저자이다.

책은 최근 일본에서 떠오르고 있는 트렌드 '시골 이주'를 다뤘다. 저자는 버는 돈의 대부분이 '대도시에 살기 위한 경비'로 지출되고, 마음 편히 아이들을 키울 수도 없는 도쿄 생활에 염증을 느껴, 2014년 가족과 함께 아무런 연고도 없는 시코쿠 지방의 한 마을로 이주했다.

대도시 삶을 버리고 왜 시골로 이주했는지, 그의 생각을 잠깐 읽어보자. '급여는 적은데 집세는 비쌉니다. 장시간의 노동에 한창 신나게 일해야 할 사람들이 우울증에 걸리고, 심지어 '과로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저임금의 젊은이들, 의지할 이를 잃은 고령자들은 길거리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어려운 사람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 여유도 점점 사라지고 있습니다.' 일본 도쿄의 상황이지만 '도쿄'라는 말만 빼면 우리의 대도시와 별반 다를 게 없다.

그가 시골 생활을 선택한 이유는 또 있다. 장기 대출로 장만한 작은 아파트에 짓눌려 은행의 노예가 된 채 살아가는 도시 사람들의 적나라한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는 아파트 한 채에 젊음을 저당 잡힌 채 인생의 황금기를 보내고 싶지 않아 대도시에서 탈출(?)해 한계마을(65세 이상 인구가 70% 이상)로 이주했다.

덕분에 인구 150명 정도에 불과한 산촌에서 매일매일 행복을 만끽한다. 월세는 90만 원에서 30만 원으로 줄었고, 반대로 수입은 세 배 늘었다. 넓은 주차장과 개를 키울 수 있는 마당, 텃밭이 딸린 단독주택, 해발 500m의 자연 환경 속에서 아이들을 키울 수 있게 되었다. 아파트 층간 소음도 모르고 지낸다.

저자는 얘기한다. "시골에서는 '도시에서 살기 위해 치러야 하는 경비'를 낼 필요도 없다. 또 불필요한 인간관계와 경쟁할 필요도 없다"고.

대도시는 다른 지역의 인구와 경제를 빨아들이며 성장해 왔다. 이는 한국도 마찬가지. 그 결과 지방에는 고령자와 빈집만이 남았다. 언뜻 절망적인 상황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는 생각하기 나름이다. 책의 저자는 시골에서는 인간적으로, 그리고 얼마든지 창의력을 발휘하며 살 수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 자신의 예가 그 증거란다.

저자는 거주지를 완전히 버릴 수 없는 사람을 위해 대도시에 거점을 남긴 채 지방에도 생활 거점을 두는 '다지역 거주'라는 매력적인 대안도 제시한다. 또 돈의 노예가 되지 않고도 풍요로운 삶을 누릴 수 있는 풀베기 아르바이트, 전선을 휘감은 나무 제거하는 일, 폐기되는 식재를 사용한 가공품의 판매 등 다양한 산촌 일거리 사례들도 소개한다.

책은 강력하게 말한다. "당신이 지금 힘들게 사는 것은 무능해서가 아니라 나쁜 환경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치솟는 집값과 주거 불안, 숨 막히는 직장 생활, 모이지 않은 저축액, 괴로운 육아…. 이 모든 문제를 시골 이주가 해결했다. 궁극의 심플 라이프, 삶이 가벼워지는 머무름(simple stay)을 이제 당신에게도 권한다. 시골의 삶이 행복을 호명하길…. 이케다 하야토 지음/김정환 옮김/라이팅하우스/264쪽/1만 4000원.

정달식 기자 dosol@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