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 위기' 한국, 세계 물류의 변방국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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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해운동맹인 2M의 정식 회원이 되지 못한 현대상선과 사실상 청산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이는 한진해운 사태로 우리나라 해운업계의 위상이 추락했다. 사진은 현대상선.

한국 해운업계 위상이 급락하면서 우리나라가 세계 물류 변방국이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해운업계 세계 7위였던 한진해운이 청산의 길을 걸을 것으로 보이고 현대상선도 세계 최대 해운동맹인 2M의 정식회원이 되지 못해서다.

한진해운은 사실상 청산절차를 밟을 전망이다. 삼일회계법인은 조만간 한진해운 청산 시 얻을 가치가 1조 9000억 원으로 계속가치(8000억 원)보다 배 이상이라는 결론이 담긴 최종 실사 보고서를 서울중앙지법 파산6부에 제출할 예정이다.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돌입한 후 삼일회계법인은 존속 가치를 실사해왔다.

세계 7위 한진해운 청산절차
한국 '컨' 수송능력 60% '뚝'

현대상선, 2M 정식회원 불발
주간 선복량 제한 '설상가상'
선대 개편 등 경쟁력 확보 관건


서울중앙지법은 이 실사보고서를 바탕으로 청산 여부를 결정한다. 해운업계는 한진해운 보유 선박의 90% 이상이 이미 처분됐고 상당수 핵심인력이 내년 1월 삼라마이더스(SM)그룹으로 흡수되는 점 등을 들어 청산을 기정 사실로 하고 있다.

39년 역사의 한진해운은 국내 1위, 세계 7위의 해운사였지만,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계속된 세계 해운업 불황 속에서 구조조정 등에 실패하면서 유동성 부족으로 지난 9월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이로 인해 한국 해운산업의 위상은 추락했다. 글로벌 해운 시황 조사업체인 알파라이너는 한국 컨테이너 수송능력은 51만 TEU로 한진해운 법정관리 이전(106만 TEU) 대비 59%나 급락했다고 밝혔다.

현대상선은 세계 최대 해운동맹(얼라이언스)인 2M(머스크·MSC)에 정식 회원이 되지 못하고 전략적 협력 제휴를 맺었다. 명칭은 2M+H 전략적 협력 제휴다. 협력 방식은 선복 교환과 매입이다. 선복 교환은 선박의 화물 적재 공간을 해운사 간에 교환하는 일이고 선복 구매는 화물을 실을 공간을 구매하는 것을 의미한다. 협력 기간은 3년이다. 

한진해운 선박의 물류 운송 장면. 부산일보DB
현대상선이 2M 정식 회원이 되지 못하면서 우리나라 국적 선사 중 해운동맹에 가입된 업체가 전혀 없게 됐다. 수출 화물의 90% 이상을 해운 물류에 의지하는 한국으로선 타격을 입게 됐다. 국내 해운업계는 "2M과 완전한 동맹 가입이 아니라면 현대상선은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지난 7월 현대상선은 2M과 공동 운항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할 때까지만 해도 세계적인 해운업계로 성장하겠다는 청사진을 그렸었다.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가자 정부도 현대상선 성장을 돕겠다고 나섰다. 국내 1위, 세계 5위 해운 선사로 키우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10월에는 선박 신조 지원 프로그램 규모를 1조 3000억 원에서 2조 6000억 원으로 늘리겠다고도 했다. 그런데 현대상선이 2M과 전략적 협력 제휴에 그쳐 정부의 구상은 현실화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현대상선의 선대 확장이 사실상 어렵게 돼서다. 2M은 현대상선과 전략적 협력을 맺으면서 선박 신조 발주를 제한했다. 3년간 2M과 협력을 맺은 영업망을 통해선 현대상선의 주간 선복량이 3만TEU로 제한된다.

이런 상황을 반영하듯 유창근 현대상선 대표이사는 지난 12일 서울 종로구 현대상선 1층 대강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앞으로 3년간 사업 확장보다는 내실을 다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현대상선은 경쟁력 제고를 위해 중장기 계획을 수립해 시행할 방침이다. 현대상선은 아시아∼미주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업체로 성장하고 2021년까지 시장점유율 5%, 영업이익률 5%를 달성할 계획이다. 컨테이너 중심으로 사업구조도 재편하고 선대 개편과 터미널 인수 등으로 경쟁력을 높일 예정이다. 선·화주 경쟁력 강화 협의체에도 참여해 합리적인 운임과 운송 서비스로 고객 관리에도 나서기로 했다.

부산항만공사도 현대상선이 2M 정식 회원이 되진 못했지만, 전략적 제휴를 통해 해운업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예상을 내놓았다. 부산항만공사 측은 "일단 현대상선 관련 불확실성이 없어져 영업이 정상화될 계기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주환·김종균 기자 kjg1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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