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손길'이 3년 만에 캄보디아 의료센터 열었다
먼 나라에 내민 작은 손길이 놀라운 변화를 이뤄냈다. 캄보디아 프놈펜의 한 보건소 이야기다.
지난 9일 오전 캄보디아 프놈펜 쩡아엑보건소 앞. 지역 주민 400여 명이 장사진을 이루고 뜨거운 박수갈채를 보냈다. 지난 3년간의 보건소 위탁 운영을 마친 부산국제교류재단(이사장 김규옥)과 ㈔부산사람이태석기념사업회(이사장 이장호)를 향해 감사 인사를 전한 것이다. 이날 두 기관은 '쩡아엑보건소 이양식'을 열고 보건소 운영권을 프놈펜 시에 돌려줬다.
부산교류재단·이태석사업회
프놈펜에 무료진료 등 봉사
입원실 등 의료 인프라 개선
쩡아엑보건소 이양식 마쳐
주민들 "감.사.합.니.다"
■'의료 불모지'의 기적
3년 전 프놈펜 쩡아엑 지역은 말 그대로 '의료 불모지'였다. 제대로 된 병원은 물론이고 쩡아엑보건소도 재정 등의 이유로 문이 굳게 닫힌 채 공공의료 시설의 기능을 하지 못했다.
이 같은 사실을 전해들은 재단과 이태석기념사업회는 쩡아엑보건소를 개·보수해 주민들의 건강을 돌보기로 했다. 10여 평 남짓 되는 공간에 진료를 받는 주민은 한 달에 20여 명. 인근 쓰레기 매립장과 건축 현장에서 쉴 새 없이 나오는 먼지 등으로 눈병과 호흡기 질환 등을 앓아 왔지만 주민들은 보건소를 찾지 못했다. 대부분 가난한 공장 노동자로 진료를 받을 시간적, 금전적 여력이 없었다. 또 위중한 수술을 치를 만한 의료 인프라마저 갖춰지지 않아 보건소에 대한 주민의 신뢰는 매우 낮았다. 간간이 환자가 오더라도 병상은 물론이고 번듯한 책걸상도 없어 보건소 마당의 나무 탁자에서 진료가 이뤄졌다. 무엇보다 치료에 돈을 쓰느니 차라리 병을 앓겠다는 주민들의 건강의식이 큰 문제였다.
뜨거운 캄보디아에서 흘린 땀방울은 보건소에 변화를 일으켰다. 양 기관은 분기별로 의료진, 대학 봉사단 등을 파견해 무료 진료, 의료 인프라 개선 봉사를 실시했다. 부산시도 국제교류협력사업의 일환으로 매년 1억 원의 지원금을 투입했다. 그 결과 잡초들로 무성했던 보건소 마당에는 모자보건센터, 입원실, 의료 교육센터가 새로 건립됐다. 첨단 초음파 의료기기, 앰뷸런스 등도 갖춰졌다. 약품도 수백여 개로 늘고, 현지 의료진의 의료기술 향상 위한 교육장도 마련됐다. 지역 대표 의료센터로 발돋움한 것이다. 가장 중요한 건 여태껏 건강관리에 인색하던 주민의 반응이다. 한 달 방문객만 800여 명으로 2년 전보다 400배가량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