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헉~' 내가 보이스피싱 인출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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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명품 수입업체를 빙자한 보이스피싱 일당이 채팅앱 허위 광고를 통해 인출책을 모집하고 있다. 부산 사상경찰서 제공

지난달 2일 A(31) 씨는 인터넷을 통해 하루 일당으로 최대 150만 원을 벌 수 있다는 병행수입업체의 광고를 접했다. 명품가방과 시계 등을 수입해 국내에서 판매한다는 이 업체는 A 씨에게 개인 명의의 계좌번호만 알려준다면 거래액의 5%를 수수료 명목으로 준다고 현혹했다. 법인 계좌로 거래하면 소득세를 많이 내야 하기 때문에 부득이하게 편법을 이용한다는 그럴듯한 명목이었다.

업체 관계자는 카카오톡을 통해 A 씨의 통장과 주민등록증을 사진으로 찍어서 보내 줄 것을 요구했고, A 씨는 응했다. 얼마 뒤 A 씨는 카카오톡으로 부산 사상구의 한 은행에 가서 자신의 통장에 입금된 판매대금 3000만 원을 인출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A 씨는 이 돈을 자신을 수금사원이라고 소개한 B(55) 씨에게 건넸다.

고소득 알바로 교묘히 꾸며
범죄수익금 인출·전달시켜


하지만 이 돈은 명품 판매대금이 아니라 보이스피싱 범행으로 A 씨 계좌에 입금된 것이었다. 대포 통장을 이용한 범행에 한계를 느낀 보이스피싱 중국 총책들이 최근 수법을 바꾸고 있는 것이다. 자신의 통장에서 직접 인출하기 때문에 금융당국이 당장 색출해 내기 어렵다는 점을 악용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고소득 알바인 줄로만 알고 덤볐던 이들이 보이스피싱 범행에 악용된다는 점이다. 경찰에 따르면 이 같은 수법에 휘말린 피의자 가운데 60~70%가 보이스피싱 사기에 자신이 가담됐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 경찰 입장에서도 이럴 경우 계좌번호만 알려준 셈이라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다만 보이스피싱에 이용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면 사기나 사기방조 등의 혐의가 적용된다.

안준영 기자 j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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