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 건축 이야기] 7. 삼화피티에스㈜ 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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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고지 건물 고정관념 깬 산뜻한 품격

어떤 기억들은 잊히지만 어떤 기억들은 재생되고 유지된다. 삼화피티에스㈜ 본사는 장소의 생산을 통해 잃어버릴 만한 기억을 사회적 기억으로 승화시키고 있다. 사진은 삼화피티에스㈜ 본사 전경. 이인미 제공

올해 '부산다운 건축상' 대상을 수상한 건축물에 대한 가벼운 호기심은 이내 호감으로 이어졌다. 우리가 흔히 연상하는, 어두침침하고 위협적이며 낙후된 시내버스 차고지와는 사뭇 달랐다. 1970년 개업한 삼화피티에스㈜ 본사(부산 금정구 서동)는 산뜻한 모습으로, 어떤 이야기들이라도 포용하고 수용할 것 같다. 부산 금정구 서동과 남구 용당동을 오가는 155번 시내버스 차고지는 국내 버스차고지로서 사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우수한 건축물에 속한다. 버스 고객들은 물론 70여 명의 버스 기사 역시 크게 만족해하고 있다.

버스 종점이 갖는 의미
장소성에 스토리 함축
주변에 '열린 공간' 지향

사무·정비·근린시설 세 곳
바깥 공간으로 서로 연결
올해 '부산다운 건축' 대상

버스 종점은 저마다 적지 않은 추억과 스토리텔링을 간직한다. 헤어지기 아쉬운 연인들에게는 아련한 추억으로, 어떤 사람들에게는 팍팍한 하루를 마무리하는 여정의 종착지가 된다. 또한 새벽 어스름녘에는 새로운 하루를 여는 출발지가 된다. 이렇듯 장소와 기억(추억)은 필연적으로 서로 엮여 있다. 

하늘에서 바라본 삼화피티에스㈜ 본사 전경.
시내버스 차고지는 종점이자 출발점이다. 과거에는 출발과 도착의 단순한 경계였다면, 이제는 사람들이 머물 수 있는 열린 공간으로 변했다. 2012년 이탈리아에서 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이주영·박은정 건축가는 '경계의 건축'을 지향한다. "주위가 정책 이주 지역이어서 건축가로서 건축물의 역할은 무엇일지 크게 고민했다"며 "주민들에게 뭔가를 바꿀 수 있다는 희망을 주었다는 것에 적지 않은 보람을 느낀다"고 말한다. "장소를 이어주는 연결고리 역할에 많은 공을 들였다"며 "다행히 열린 의식의 건축주 덕택에 추구할 수 있는 건축을 하게 돼 기뻤다"고 덧붙인다.

미국에서 유학한 건축주 이준성 상무이사는 "직원과 기사들은 물론 그들의 가족에게도 자존심을 줄 수 있는 공간을 갈구했다"며 "무엇보다도 버스회사가 시민 세금이 들어가는 준공영제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만큼 그 과실을 시민들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생각이 많았다"고 말한다.
사무공간 로비
전체적인 공간은 사무공간, 정비공간, 근린시설로 수평적으로 구성돼 있다. 공간들은 서로 분리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서로 연결되어 있다. 근린시설과 업무공간은 외부 공간(사이 정원)을 통해 서로 소통한다. 근린시설은 주민들이 머물 수 있는 공간으로 회사와 지역 주민들 사이의 매개공간 역할을 한다. 실내외 공간은 서로의 일상을 투영하고 있는데, 그 중심에 로비가 있다. 1층 로비에서는 버스회사 일상, 2층 로비에서는 도시의 일상을 바라볼 수 있다.
사무공간 전경.
외장 재료는 베이스패널과 노출콘크리트를 사용했다. 버스회사가 가지는 공공성을 고려해 화려하지 않은 재료를 선택했다. 이와 같은 '소통의 건축'은 공간을 화석화된 박제 공간으로 보는 게 아니라, 주관적이며 생명을 담고 있는 대상으로 삼고 있기에 가능한 프로젝트로 보인다.

삼화피티에스㈜ 본사는 건축가로서 '나'를 응시하면서 타자로서의 '너'를 향해 활짝 열려 있는 듯하다. 단순한 전달과 종료로 끝난 게 아니라, 또 다른 커뮤니케이션을 피어오르게 하는 수작이다.

박태성 선임기자 pt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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