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세 모녀 '참봉사' 교육 프로그램으로 재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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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국제외국인학교 학생들이 태풍 '차바' 때 광안리 바닷가를 청소한 외국인 세 모녀의 선행을 이어받아 23일 송정바닷가에서 청소를 하고 있다. 김병집 기자 bjk@

"Hurry up! Hurry up!"(서둘러! 서둘러!). 23일 오전 9시 30분 송정해수욕장. 부산국제외국인학교 6학년생 40여 명이 쓰레기 줍기에 열중하고 있었다. 이들은 송정해수욕장 동쪽 해변에서 이날 오전 8시 30분부터 11시까지 2시간 30분가량 해변을 청소했다. 학생들의 든 쓰레기 봉지에는 플라스틱병, 유리병, 스티로폼 등으로 가득 찼다. 목장갑을 끼고 집게를 든 학생들은 찬 바다 바람에 빨개진 볼도 아랑곳하지 않고 열심히 쓰레기를 치워 나갔다. 서로를 격려하며 쓰레기를 줍는 학생들의 표정은 어느 때보다 진지했다.

부산국제외국인학교의 해변 청소 봉사활동은 태풍 '차바' 때 광안동 해변을 청소한 외국인 세 모녀로부터 시작됐다. 지난달 5일 제18호 태풍 '차바'로 폐허가 된 광안동 해변을 청소해 화제가 된 '광안리 외국인 세 모녀'(본보 지난달 17일 자 10면 보도)의 봉사가 학교의 봉사활동 프로그램으로 이어진 것이다.

부산국제외국인학교 학생들
23일 송정서 해변 청소활동
학교 측 "내년부터 정례화"

당시 외국인 3명이 갈퀴로 해변 곳곳을 청소하는 모습이 SNS를 통해 알려졌고, 이들이 보여준 시민의식은 한국인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켰다.

두 딸의 엄마 디애나 루퍼트(38·여) 씨는 이 학교의 교사다. 큰 딸 피오나(11) 양은 이 학교 6학년에 재학 중이다. 이들 모녀의 봉사활동은 학교에서도 큰 화제였다. 모녀의 이야기는 이야깃거리를 넘어 학교 수업의 주제가 됐다. 학생들은 환경오염 문제를 배우는 수업 시간에 직접 바다를 찾았다. 세 모녀의 선행이 학교의 교육 프로그램으로 재탄생한 것이다.

이날 피오나 양도 친구들과 함께 송정해수욕장 청소에 동참했다. 피오나 양은 "부산에 사는 사람으로 부산의 바다를 청소하는 일은 당연한 일이다"고 말했다. 피오나와 절친한 동갑내기 김나령(11) 양은 "피오나가 해변을 청소하는 모습을 보고 친구로서 큰 감동을 받았다"며 "막상 청소를 해보니 뿌듯하고 바다에 이렇게 쓰레기가 많은지도 처음 알았다"고 말했다.

부산국제외국인학교 조희선 행정실장은 "지역 자원봉사센터 등과 함께 해변 청소를 학생들이 정기적으로 할 수 있는 방안을 협의해 내년부터는 전 학년에서 해변 청소 프로그램을 진행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김준용 기자 jundrag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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