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정조사, 정경유착 고리 끊는 데 주력하길
여야 3당이 21일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 국조 특위' 일정에 합의했다. 여기서 채택된 1차 증인은 의혹의 핵심 인물인 최순실 씨를 둘러싼 인사들을 포함해 21명이다. 이에 따라 국민은 내달 5일부터 국정농단 의혹 사건 관련자들이 국회 증언대에 서는 장면을 실시간 생중계를 통해 생생하게 볼 수 있게 됐다.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 사건 내용은 그간 언론 보도와 검찰수사 등을 통해 어느 정도 알려졌지만, 국정조사가 법률적 처벌 범위를 넘어서는 사실도 알리는 기회라는 점에서 국민의 귀와 눈이 여기에 쏠릴 수밖에 없다. 국조에서는 세월호 참사 당일 박 대통령 행적, 최씨 일가 과거사 등 매우 자극적이고 민감한 소재들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국조는 이와 함께 현재 검찰수사가 활발하게 진행 중인 사안도 다뤄야 하겠지만, 가장 많이 신경을 써야 할 부분이 정경유착 폐해 청산이라는 점을 한시도 잊어선 안 된다.
이번 국조 증인에는 박 대통령이 미르재단 모금 등을 위해 접촉했다는 의혹을 받는 8대 그룹 총수들이 포함돼 있다. 우리나라 재계를 좌지우지하는 이재용 삼성 부회장, 정몽구 현대차 회장 등의 입에서 나올 말에 따라 박 대통령의 운명이 극명하게 갈릴 수 있다. 대기업들이 정권에 돈을 바치면서 어떤 이득을 얻어냈는지도 국민의 커다란 관심사이다. 이들 총수는 검찰 조사 과정에서 포토라인에 서지 않는 혜택을 누렸고, 이번 국조에서도 자기네 총수를 증인에서 빼려는 각 사의 로비가 있었다는 얘기마저 나오고 있다. 한국경제가 되살아나는 첩경이 공정 경제 질서 확립이라는 점에서 볼 때 대기업의 이런 태도는 옳지 못하다. 어느 때보다 국회의 단호한 태도가 요구되는 시기다.
국회 국정 조사의 목적은 사건의 진실 규명과 재발 방지이다. 하지만 그동안 여러 차례 있었던 국조가 정파적 이해관계로 제대로 진행되지 못해 무용론마저 제기된 게 사실이다. 심지어 지금껏 열린 국조에서 제대로 밝혀진 건 '앙드레 김의 본명이 김봉남이라는 것뿐'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이번에도 '맹탕 국조'가 재현한다면 국민의 분노가 국회로 향할지도 모른다. 정치권은 이 점을 명심하고 철저하게 국조에 임해야 한다. 그래야 이번 사건이 반칙 없는 사회를 만드는 전화위복으로 작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