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안 들으면 미운털? 스포츠영웅 농락한 비선 실세
입력 : 2016-11-21 23:03:58 수정 : 2016-11-23 11:03:19
김연아가 늘품체조 시연회 참석을 거절한 뒤 불이익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일부 팬이 이 행사에 참석한 손연재를 상대로 특혜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2014년 11월 서울 올림픽경기장에서 열린 늘품체조 시연회에 참석한 손연재(맨 왼쪽)와 박근혜(맨 오른쪽) 대통령. 연합뉴스'비선 실세' 최순실의 국정 농단이 스포츠계까지 뒤흔들고 있다.
'마린보이' 박태환이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으로부터 2016 리우 올림픽 출전 포기 압력을 받았다고 고백해 파문이 일고 있다.
또 최순실 측근인 차은택이 개발한 '늘품체조' 시연회 참석 여부를 놓고 뜻하지 않게 의혹의 중심에 서게 된 김연아와 손연재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리우 포기 압력 두려웠다"
박태환, 회견서 억울함 토로
늘품체조 희비 김연아·손연재
손, 특혜 의혹 비난 댓글 폭주
체육회 "상 선정은 내부기준"
■박태환 "출전 포기 압력 두려웠다"
도쿄에서 열린 아시아수영선수권대회에 참가한 박태환은 21일 일본 현지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김 전 차관으로부터 리우 올림픽 출전을 포기하라는 회유와 협박을 당했다고 밝혔다.
박태환 측은 올해 5월 25일 대한체육회 관계자와 함께한 자리에서 김 전 차관으로부터 "올림픽 출전을 포기하면 기업 스폰서와 연결해 주겠지만 출전을 고집하면 불이익을 주겠다"는 발언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대한체육회의 반대에도 올림픽에 출전하면) 단국대가 부담 안 가질 것 같은가. 기업이 부담 안 가질 것 같은가"라며 박태환을 압박했다고 주장했다.
또 박태환은 "(김 전 차관이) 당시엔 너무 높으신 분이라서 무서웠지만 올림픽에 나가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고 말했다. 김 전 차관의 회유에도 박태환은 올림픽 출전을 강행했지만 노메달의 수모를 당했다. 이번 아시아수영선수권대회에서 자유형 200m 우승 등 4관왕을 하면서 재기에 성공했다.
■김연아·손연재 "늘품체조가 뭐길래"
최순실 게이트의 불똥은 '피겨여왕' 김연아와 '리듬체조 요정' 손연재에게까지 튀고 있다. 21일 손연재의 인스타그램 등 SNS에는 비난 댓글이 폭주했다.
사태의 발단은 2014년 '문화계 황태자"로 군림하던 차은택 씨의 늘품체조 시연회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김연아는 최순실의 이권 사업이라는 의혹을 받고 있는 이 행사에 불참했다. 김연아는 이 때문에 이듬해인 2015년 대한체육회가 선정한 스포츠영웅 선정에 탈락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국제대회 성적과 인기가 충분하지만 정부에 '미운털'이 박혀 수상 대상에서 탈락했다는 게 의혹의 핵심이다. 체육회는 '50세 이상 선수를 대상으로 하자'는 내부 기준 때문에 김연아를 수상 대상에서 배제했다고 해명했다.
일단 김연아 측은 "늘품체조 시연회 불참으로 불이익을 받았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대한체육회는 올해 뒤늦게 김연아를 스포츠영웅으로 선정했다.
반면 이 행사에 참석했던 손연재는 지난 2월 대한체육회 체육상 대상을 받게 됐고 수상 배경에 대한 특혜 의혹이 쏟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손연재의 소속사 측은 시연회 참석 논란에 대해 "문화체육관광부가 대한체육회와 대한체조협회를 통해 참석 요청 공문을 보냈다. 체조 선수로서 국민에게 좋은 체조를 알린다는 취지로 참석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한체육회 체육상은 전년도에 가장 괄목할만한 성적을 거둔 선수에게 주는데 손연재는 지난해 광주 하계유니버시아드와 아시아선수권에서 3관왕을 했고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도 금메달을 땄다"고 해명했다.
권상국·황석하 기자 ks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