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부산 촛불 집회] 손자 손잡은 할아버지까지… 축제 분위기 '평화 시위' 새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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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촛불집회가 지난 19일 오후 부산 서면 쥬디스태화 앞에서 열린 뒤 시민들이 연산교차로까지 거리행진을 펼쳤다. 연산교차로에 도착한 시민들이 휴대폰 불빛을 흔들며 대통령 퇴진을 외치고 있다. 정대현 기자 jhyun@


지난 19일 부산에서는 대통령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책임지고 퇴진하라고 요구하는 함성이 또 다시 울려 퍼졌다. 주최 측 추산으로 무려 10만여 명의 시민이 서면 특화거리, 부산도시철도 범일역 등 곳곳을 메웠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끝낸 수험생을 비롯한 남녀노소가 모두 참여해 새로운 '평화 시위'의 장을 열었다.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촛불집회가 지난 19일 오후 부산 서면 쥬디스태화 앞에서 열린 뒤 시민들이 연산교차로까지 거리행진을 펼쳤다. 연산교차로에 도착한 시민들이 휴대폰 불빛을 흔들며 대통령 퇴진을 외치고 있다. 정대현 기자 jhyun@

서면·범일역 등 인산인해
수능 마친 고3 대거 가세 
서면~동래역 황금코스로

■'야도 부산'이 살아났다

이날 부산 집회에는 지난주보다 배가량 많은 시민이 촛불을 켰다. 행진을 앞둔 오후 8시 30분께 서면 쥬디스태화 백화점 옆 특화거리는 집회 참석자들로 꽉 들어찼다. 통행이 불가능할 정도로 많은 시민이 모였다. 일찍 자리를 잡지 못한 시민들은 인근 카페, 옷가게 등에 들어가 집회를 지켜보며 장관을 이룬 집회 현장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집회에 참여한 한 시민은 "6월 항쟁 이후 이렇게 시민이 많이 모인 모습을 본 건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날 집회 인원이 폭증한 데는 지난 17일 끝난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영향이 컸다. 수험생을 비롯한 많은 청소년들이 '청소년이 주인이다' '박근혜 하야' 등이 적힌 피켓과 촛불을 들고 거리로 쏟아졌다.

이들은 오후 4시부터 인기가수 '10㎝'의 노래 '아메리카노'를 개사해 '하야리카노'를 부르며 분위기를 띄웠다. 단상에 번갈아 올라가 정권을 비판하는 발표문도 읽었다. 지난 17일 수능을 치른 배정고 3학년 조석범(18) 군은 "세계사 공부를 해왔지만 이 정도의 만행은 들어보지 못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사벨중 2학년 배준수(14) 군은 "세금으로 이렇게 국가 운영을 한다니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라고 했다.

오후 5시 50분께에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와 표창원, 김해영 의원 등도 집회에 합류했다. 문 대표는 "부산은 6월 항쟁 때 시민들이 '지랄탄'을 맞으며 승리를 쟁취한 곳"이라며 "부산이 일어서면 역사가 바뀐다"고 말했다.

■행진 내내 '평화 시위'

시민들은 경찰과의 충돌 없이 앉은 자리에서 시위 구호를 외쳤고, 행진을 하면서도 사전에 정한 경로를 벗어나지 않았다. 곳곳에서 공연이 이어져 축제 현장 같았다. 신영태(62·북구 화명동) 씨는 "아들 부부와 손자까지 온 가족이 총 출동했다"며 "흔치 않은 대규모 시국 집회가 손자들에게 교육적으로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6월 항쟁 때 시위에 참여했던 부산대 공대 86학번 동문들도 함께 집회에 참여하며 우애를 다졌다. 이들은 '30년 만에 또 뭉쳤다'라는 현수막을 들고 정권 퇴진을 외쳤다.

부산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은 이날 서면과 도시철도 동래역을 잇는 중앙대로를 따라 처음으로 행진 시위를 벌였다. 이 경로에는 송상현광장과 양정교차로, 부산지방경찰청과 부산시청, 연산교차로가 있어 최적의 코스라는 평가가 많았다. 시민이 모일 수 있는 너른 공간이 많고 부산의 주요 공공기관 앞을 지나기 때문이다.

이날 부산과 서울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모두 95만 명(주최 측 추산)이 촛불을 들었다.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박근혜 퇴진 4차 범국민행동' 집회에는 60만 명이 모였다고 주최 측은 밝혔다. 박 대통령의 정치적 텃밭인 대구에서도 71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대구비상시국회의가 시국대회를 열었다. 주최 측 추산 1만 5000여 명이 참여해 대구 시내를 행진하며 '박 대통령 하야' '새누리당 해체' 등을 외치는 보기 드문 모습을 보여줬다.

 이승훈·조소희 기자 lee88@busan.com
영상제작 - 김강현PD, 조영환 대학생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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