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이 20일 오후 춘추관에서 '비선 실세'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과 관련한 검찰 중간 수사 결과 발표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청와대는 20일 '비선 실세'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 결과 발표에 대해 격앙된 반응을 보이며 강경 대응 방침으로 선회했다.

이번 수사 결과를 믿을 수 없는 만큼 검찰의 직접 조사에 일체 응하지 않고 중립적인 특별검사 수사에 대비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檢 발표에 강경 대응방침 밝혀
"직접 조사 불응, 특검 수사 대비"

박 대통령은 이날 관저에서 TV 뉴스를 통해 전해지는 검찰의 수사 결과 발표를 지켜봤고, 참모진으로부터 향후 대응 방향에 대한 보고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 변호인과 청와대가 오후에 공식 반응을 내놓기 전까지만 해도 "박 대통령이 수사 결과를 수용하는 게 아닌가"는 추측이 무성했다.

하지만 청와대와 변호인은 검찰수사 발표를 조목조목 반박하면서 '정면 대응' 방침을 내놓았다. 청와대 정연국 대변인은 이날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본부가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마치 대통령이 중대한 범죄라도 저지른 것처럼 주장했다. 검찰 발표에 대해 심히 유감스럽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공정한 수사와 재판을 받을 헌법상의 권리는 박탈당한 채 부당한 정치적 공세에 노출되고 인격 살인에 가까운 유죄의 단정을 감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혔다.

정 대변인은 이어 "박 대통령은 야당이 추천한 특검 수사까지도 아무 조건 없이 수용했으며 앞으로 진행될 특별검사의 수사에 적극 협조해서 본인의 무고함을 밝히겠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차라리 헌법상 법률상 대통령의 책임 유무를 명확하게 가릴 수 있는 합법적 절차에 따라 하루빨리 이 논란이 매듭 되어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선임한 유영하 변호사도 이날 "검찰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믿기 어렵다"며 "직접 조사 요청에 일절 응하지 않고 중립적인 특검 수사에 대비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검찰은 증거를 엄밀히 따져보지 않고 상상과 추측을 거듭한 뒤 그에 근거에 자신들이 바라는 환상의 집을 지었다"며 "법정에서는 한 줄기 바람에도 허물어지는 사상누각이라고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유 변호사는 미르·K스포츠재단의 출연금 모금과 관련, "국정 수행의 일환으로 정상적인 업무 수행을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기택 기자 kt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