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박 대통령 현직 첫 피의자 신분, 참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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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국정 농단'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어제 최 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 등 3명을 구속·기소하며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수사 결과 지금껏 언론에서 제기된 각종 의혹들이 대부분 사실로 밝혀졌다. '최순실 기획, 안종범 행동대장'의 '국정 농단극(劇)'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넓고도 강압적이었음이 드러났다. 미르·K스포츠재단에 770여억 원을 낸 대기업들은 세무조사 등 불이익이 두려워 출연 지시를 따랐다며 강제성을 인정했다.

초미의 관심을 모은 박근혜 대통령의 혐의에 대해서는 최 씨 및 안 전 수석과 '공동정범'인 것으로 결론이 났다. 이들의 공소장 범죄 사실에 '박 대통령과 공모하여'라는 내용이 적시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검찰은 박 대통령을 참고인에서 피의자로 인지해 입건했다. 현직 대통령이 피의자 신분이 된 것은 헌정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박 대통령이 직접 받는 혐의는 미르·K스포츠재단 강제 모금, 추가 출연 강요, 최 씨의 대기업에 대한 각종 이권 강요, 청와대 문건 유출 등 전반에 걸쳐 있다.

검찰이 지난주 박 대통령에 대한 대면조사에 실패하고도 최 씨와 안 전 수석과의 공모 관계에 의한 '공동정범'으로 규정한 것은 상당한 증거를 확보한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로 검찰이 확보한 안 전 수석의 업무 수첩과 '체크 리스트'에는 두 재단 및 최 씨의 각종 이권 사업과 관련한 '대통령 지시 사항'이 다수 적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정 전 비서관의 휴대전화 녹음 파일 등을 바탕으로 박 대통령이 정 전 비서관에게 최 씨의 조언을 받기 위해 문서들을 보여 주라고 지시한 사실도 확인했다.

그러나 수사 발표에 대해 박 대통령은 신뢰할 수 없다며 예상치 못한 대응에 나서고 있다. 박 대통령의 변호인인 유영하 변호사는 "검찰 수사는 믿을 수 없다. 중립적 특검 수사에 대비하겠다"고 밝혔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검찰이 마치 대통령이 중대한 범죄라도 저지른 것처럼 주장했다. 심히 유감스럽다"고 했다. 특별수사본부의 수사 결과를 전혀 인정하지 않겠다는, 매우 도발적인 반응이 아닐 수 없다. 검찰은 이에 개의치 않고 박 대통령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진행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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