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서 내려놓은 고3, 촛불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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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시험이 치러진 17일 오후 부산 서면 쥬디스태화 앞 박근혜 대통령 퇴진 요구 집회에서 교복을 입은 경남고 '인문심화 동아리' 학생들이 박 대통령 하야를 외치고 있다. 이혜미 기자

"오늘을 기다렸다!"

201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17일 오후 고3들도 거리로 쏟아져 나와 '최순실 게이트'와 국정농단에 대해 분노의 목소리를 냈다. 이날 오후 7시 30분 부산 서면 쥬디스태화 앞 박근혜 대통령 퇴진 요구 집회. "여기에 고3 수험생이 있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400명 가량 모인 집회 여기저기서 환호성이 터졌다.

입학 비리에 성난 학생들
서면 집회서 "대통령 하야"


주최 측은 집회 시작과 함께 고3 수험생들을 위한 '고3 가든'을 마련해 시험을 치고 온 수험생들에게 사탕을 나눠주기 시작했고, 거리에 있던 수험생들이 속속 모여 사탕을 받고 집회에 동참했다. 특히 비선실세 의혹을 받고 있는 최순실의 딸 정유라 씨가 이화여대 뿐 아니라 청담고 재학 시절에도 학사 비리가 있었다는 의혹이 사실로 밝혀졌기 때문에 이번 집회에는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 청소년들이 대거 참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수능을 치고 바로 집회장으로 온 정성헌(19·부산중앙고) 군은 "수능 2주 전부터 주말 빼고 매일 집회에 나왔다"며 "수능을 마치고 가장 먼저 친구들과 일본여행을 가고 싶었는데, 현재 사태를 두고 볼 수 없어서 시험이 끝나자 마자 옷만 갈아입고 집회로 달려왔다"고 말했다.

수능 이후 가장 먼저 화장품을 사고 싶었다던 천수아(19·지구촌고) 양과 이로아(19·지구촌고) 양도 화장품 가게가 아닌 집회장으로 달려왔다. 최근 진로 문제로 부모님과 갈등을 겪고 있다는 천 양은 "우리 같은 평범한 학생은 하고 싶은 게 있어도 포기할 때가 많은데, 반칙으로 승승장구 한 정유라를 보고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양은 "모두에게 공평한 기회가 주어지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집회에 참가했다"고 말했다.

수험생뿐 아니라 고1 학생들도 여럿 참가해 집회 분위기를 달궜다. 경남고 '인문심화동아리' 학생 중 한 명은 "국민은 그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가지는 걸로 알고 있다"며 "100만 민심이 보여준 수준을 볼 때 우리는 충분히 나은 정부를 가질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외쳤다. 황석하·이혜미 기자 fac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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