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학년도 수능-수능날 이모저모] 도시락 가방에 든 엄마 휴대폰 울려 쫓겨난 재수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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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일인 17일 '수능 한파'는 없었지만, 고사장 열기는 여전히 뜨거웠다. 수험생을 향한 가족·교사·선후배의 애정 어린 눈빛만으로도 하루가 따듯했지만, 안타까운 사연도 있었다.

■엄마 휴대폰이 왜 도시락 가방에…

17일 1교시 부산 금정구 남산고 한 교실에서는 재수생 A 씨의 도시락 가방에서 어머니의 휴대폰이 10초 동안 울렸다. A 씨는 자술서를 쓰고 귀가 조치됐다. 이날 부산에서는 종이 울리기 전 문제를 먼저 풀거나 휴대폰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3명이 더 고사장을 떠나야 했다. 온라인 SNS에서는 "최순실의 딸 정유라는 특혜를 받는데, 수능 관리가 너무 엄격한 거 아니냐"는 동정 여론이 일었다.

해운대구 부흥고 유 모(18) 군은 17일 새벽 급성 맹장염이 발병해 인근 해운대백병원 시험장에서 시험을 치렀다. 재수생 이 모(19) 군도 급성 맹장염으로 동래봉생병원에서 입원 중이었다가 애초 고사장인 동인고보다 가까운 충렬고로 이동했다.

■우리는 '상남자' 톡톡 튀는 응원 경쟁

"얘들아 선배님 오신다. 함 휘몰아치까!" 금정구 부산사대부고 앞에서는 상남자들의 거친(?) 응원 경쟁이 펼쳐졌다. 전날부터 자리를 잡은 40여 명의 금정고 학생들은 북을 두드리며 응원 구호를 외쳤다. 바로 옆 동인고와 브니엘고 응원단은 더 큰 소리로 응원가를 불러댔다. 동인고 김철민(17) 군은 "목이 쉬었지만 선배들을 위해 응원을 멈추지 않았다"고 말했다.

동구 경남여고 앞은 '무대'를 방불케 했다. 걸그룹 노래를 개사해 춤과 함께 선보이기도 했고, 영화 '파리넬리' OST인 '울게 하소서'를 불러 한 편의 뮤지컬을 연상시켰다.

시험장을 착각한 문 모 군은 가야고에서 개금고까지 순찰차 신세를 졌다. 도시고속도로 차량 정체에 갇힌 이 모 양도 119로 급히 연락했고, 고사장인 지산고에 입실 마감 직전 도착할 수 있었다. 이날 141명의 수험생이 경찰에 연락했고, 8명이 소방구급대의 도움을 받았다.

북구 백양고에는 범상치 않은 수험생이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한 손에 현란한 스케이트보드를 들고 나타난 장지수(20·북구 금곡동) 씨. 고교 입학 전까지 외국에 살면서 홈스쿨링을 했다는 장 씨는 지난해엔 수능을 보지 않았지만, 입대가 가까워지자 '후회하지 않기 위해' 시험에 응시했다. 매 과목 쉬는 시간마다 운동장에서 보드를 탈 거라는 엉뚱함을 보였다.

영상제작 - 서재민PD, 조영환 대학생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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