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준의 정의로운 경제] 비정규직 문제의 해결방법은 없는 것일까
우리 사회의 가장 심각한 문제인 양극화 원인은 비정규직 노동자 증가에 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정규직 노동자가 비정규직으로 전환되면 임금이 급격히 감소하기 때문이다. 비정규 노동 통계가 시작된 2002년 전체 임금노동자 1400만 명 가운데 비정규직 노동자는 380만 명으로 27%를 차지했지만 2015년에는 전체 임금노동자 1900만 명 가운데 630만 명(33%)으로 증가했다. 또한, 정규직에 대한 비정규직 임금은 2002년 67%였던 것이 지속적으로 격차가 벌어져 2015년 54%에 불과하다. 결국 비정규직의 증가가 이들 가계의 소득 감소로 이어져 사회적 양극화를 심화시킨 것이다. 이를 둘러싸고 우리 사회에는 두 견해가 서로 대립해 있다. 하나는 비정규직 증가가 경제의 경쟁력을 강화시킨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비정규직을 철폐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자는 양극화 해결에 눈을 감는 것이고 후자도 비정규직이 존재하지 않는 자본주의 국가가 없다는 점에서 현실성이 의심스럽다. 실현 가능한 해결방법은 존재하지 않는 것일까?
한국사회 양극화 심화 원인은
정규직 임금 절반 비정규직 증가
유럽선 '동일노동 동일임금'이
확고한 자본주의 지탱 원칙
근로조건 차별은 反자본주의
이성적 해결 거부 땐 야만 초래
외국의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2008년 세계 자본주의 위기 속에서 위기는커녕 오히려 순조로운 경제 발전을 이룩한 독일의 경우 비정규직은 전체 노동자의 8%에 지나지 않는다. EU 전체 평균은 11.3%다. 우리나라의 3분의 1에 지나지 않는다. 여기에는 이유가 있다. 고용 기간을 제한하는 것 외에 다른 차별을 일절 허용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비정규 노동은 자본주의에서 불가피하다. 자본주의는 생산과 소비의 구조적인 불일치 때문에 경기변동을 주기적으로 겪는다. 당연히 호황일 때 고용되었다 불황이 오면 해고되는 노동자들이 있게 마련이고, 이들이 바로 비정규 노동자이다. 하지만 이들이 상시 고용되는 노동자(정규직)와 경쟁을 하면 노동조건이 악화될 수 있다.
그래서 유럽에서는 이들 비정규 노동자들의 존재를 인정하는 대신, 이들의 임금과 노동조건이 정규직 노동자와 차별이 없도록 법제화해 놓고 있다. '일반 구속조항'이라는 것이다. 즉 노동조합이 단체교섭으로 결정한 임금과 노동조건을 동일한 노동시장에 속한 모든 노동자에게 강제로 적용하는 것이다. 그래서 고용 기간을 제외하고 자본가가 비정규 노동자에게서 얻을 수 있는 경제적인 이익은 없고 따라서 불필요한 증가가 억제되는 것이다.
사실 노동자들의 임금을 차별하는 것은 자본주의의 기본원리와도 배치된다. 근로계약은 교환행위이며 동일한 상품 가격에 차별이 있어서는 안 된다. 이런 차별을 막기 위해 자본주의 국가들에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존재한다. 노동력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경제학의 아버지 애덤 스미스는 <국부론>에서 "동일가치 노동에 대한 동일임금"을 자본주의의 기본원리로 선언하고 있다. 우리나라에 만연한 임금과 노동조건의 차별은 이처럼 자본주의 기본질서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일인 것이다. 그런데 유럽이 이 질서를 지키는 이유는 무엇일까?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이 이익이 된다는 것을 모르기 때문일까? 물론 아니다. 그 질서를 어기면 노동자들에게 자본주의를 무너뜨려야만 자신들의 처지를 개선할 수 있다고 가르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유럽은 실제로 20세기 초 그런 혁명을 두 번 경험하였다. 우리가 비정규직 문제에 눈을 감고 있어서는 안 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기존 체제 내에서 이성적인 해결책을 얻을 수 없다면 그 사회는 야만의 길을 선택하게 된다. 브렉시트와 트럼프의 당선은 바로 그런 비이성적인 선택을 실제로 보여 준다. 우리 사회도 내년 대선에서 똑같은 선택의 기로에 설 것이다. 비정규직 문제의 해결책은 그 선택의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 틀림없다.
강신준
동아대 경제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