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조사] 조사 방법·시기 놓고 청와대·검찰 입장 차 팽팽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검찰 조사를 앞두고 청와대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이 많지 않은 상황 속에 적막함을 보이고 있는 청와대의 15일 밤 모습. 연합뉴스

'최순실(60·구속)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16일까지 박근혜 대통령을 직접 조사하겠다는 계획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 하지만 김수남 검찰총장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직접조사가 불가피하다며 수사 의지를 밝혀 박 대통령 측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檢 "직접 수사" 대통령 수락 미지수
이견 계속 땐 사실상 조사 불가능

최순실 씨와 주변 인물 대상
평창올림픽 이권 개입 등 수사

■청와대-검찰 '힘겨루기'

박 대통령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유영하 변호사는 조사 시기를 늦추고, 조사 방법도 서면 조사가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16일 대면 조사' 방침을 밝혀 온 검찰로서는 당혹스러운 상황이다.

검찰 관계자는 15일 "내일까지는 (박 대통령을) 조사해야 한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며 "저희는 지금이라도 내일 한다면 준비는 돼 있지만 아직 (공식적인) 답을 못 들었다"고 말했다. 검찰은 박 대통령 측이 여론 압박에도 시기를 늦추자는 입장을 고수하면 조사를 강제할 수는 없는 상태다.

대통령에 대한 직접조사 불가피성을 밝힌 검찰은 일단 박 대통령 측의 공식 입장 표명을 지켜본 뒤 여의치 않으면 19∼20일 최순실 씨를 기소하면서 공범인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과 정호성 전 비서관을 함께 기소할 방침이다. 최 씨 구속 만기일은 이달 20일이다.

■평창동계올림픽 의혹 수사 본격화

검찰은 15일 '문화계 황태자'로 군림한 차은택(47·구속) 씨 외삼촌 김상률(56)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비서관을 소환했다. 검찰은 김 전 수석을 상대로 2018년 열리는 평창동계올림픽 이권 개입 의혹과 최 씨의 딸 정유라(20) 씨가 다니던 이화여대 학칙 개정 변경 과정에 압력을 행사했는지 등을 캐물었다.

특히 김 전 수석은 차 씨가 함께 다니며 평창동계올림픽 이권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인물이다. 차 씨와 김 전 수석이 평창올림픽조직위원회 임원을 찾아가 시설 관련 사업권을 달라고 부탁했는데 이를 거절당한 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조직위원장에서 사퇴했다는 내용이다. 이 때문에 김 전 수석 소환은 검찰이 본격적으로 최 씨와 주변 인물들의 평창동계올림픽 이권 개입 의혹에 대한 수사를 시작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검찰은 이날 오전 삼성그룹 계열 광고기획사 제일기획도 전격 압수수색했는데 이 역시 평창동계올림픽 이권 개입과 무관치 않다. 검찰은 최순실 씨 조카인 장시호(37·개명 전 장유진) 씨가 사무총장으로 있는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제일기획이 자금 등을 지원했는지 여부를 살펴보고 있다. 이곳은 체육 영재 육성을 목적으로 지난해 6월 세워진 신생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6억 7000만 원의 예산을 지원받고 삼성이 지난해 9월부터 올 2월까지 이곳에서 주관한 빙상캠프에 후원 등 명목으로 5억 원을 준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검찰 주변에서는 조만간 검찰이 장 씨를 소환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박 대통령과 개별적으로 만난 대기업 총수들에 대한 조사도 이어졌다. 검찰은 이날 오후 박근혜 대통령과 올해 2월 개별 면담한 의혹을 받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다.

■우병우 전 수석 수임비리도 수사

검찰은 직무유기 의혹을 받는 우병우(49)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의 개인 수임비리에 대해서도 수사를 진행한다고 밝혀 우 전 수석의 재소환이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본부 내 우병우 전 수석 관련 사안을 맡은 팀이 최근 서울지방변호사회로부터 우 전 수석의 변호사 시절 수임내역을 받았다"고 밝혔다. 앞서 시민단체인 투기자본감시센터는 9월 우 전 수석을 변호사법 위반 및 조세포탈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 이 단체는 우 전 수석이 유사수신 투자사기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은 양돈업체 도나도나 최 모 대표를 몰래 변론하고 수임료를 축소 신고해 6000만 원에 대한 소득세를 포탈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민지형 기자 oasis@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