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자중지란으로 혼란 부채질하는 여야 정치권
'최순실 국정 농단 파문'으로 국정이 사실상 마비 상태다. '100만 촛불'로 대변되는 민심은 들끓고 있지만 지금 국회와 여야 정치권이 보여 주고 있는 모습은 무능력과 무기력 그 자체다. 국정 수습의 해법을 제시하기는커녕 자중지란에 빠져 우왕좌왕하며 오히려 혼란을 부채질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도저히 집권여당이라고 부를 수 없을 정도로 지리멸렬한 상태다. 비선 실세의 국정 농단에 공동 책임을 져야 하는데도 비박계는 책임 회피에 급급하고 친박계는 여전히 대통령 지키기에만 몰두하고 있다. 이정현 대표 사퇴 문제로 분란을 겪더니 이제 비박계가 사실상의 별도 지도부를 구성해 사실상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도 그리 나을 것이 없다. 그동안 정국 수습책을 두고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이다 급기야 추미애 대표가 당내 의견 수렴 과정도 없이 박 대통령과의 회담을 제의했다가 내부 반발로 불과 10여 시간 만에 백지화하는 무책임한 모습을 보였다. 이런 상황에서 야당은 시민사회와 비상시국기구 구성을 통한 대통령 퇴진 투쟁을 공언했고, 야권의 가장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인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도 대통령 퇴진 운동을 공식 선언하는 등 대안 없이 대통령 퇴진만을 요구하고 있다.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국민과 시민사회단체의 의견 표출은 당연한 일이고, 야당도 그에 동참할 수 있다. 하지만 정치권의 역할이 거리 투쟁에만 그쳐서는 안 되는 것도 분명하다. 국민의 선택을 받은 국회와 정치권은 난국을 수습할 해법을 내놓을 책임도 아울러 가지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질서 있는 퇴진'이든, 대통령이 끝끝내 스스로 결단하지 못할 경우 헌법이 정한 탄핵 절차를 밟든 헌법과 법률에 따른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이 국회와 여야 정당이 가져야 할 책임 있는 자세다.
야당은 길거리로 나기만 할 것이 아니라 수습책을 내놓고 그것을 구체적으로 실현시키기 위한 실질적인 논의를 진전시켜야 한다. 새누리당은 국민의 지탄을 받는 구태를 과감하게 벗어 던지고 새로운 면모를 갖춰 수습에 협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정치적 욕심을 버리는 일이다. '차기'를 내다보고 정치적 유불리만 따진다면 국민의 외면을 피할 수 없음을 명심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