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체결 서두르지 말라
한·일 정부는 지난 14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에 가서명했다. 이 협정은 양국 간의 직접적인 군사정보공유를 위한 것이지만 이를 둘러싼 논란이 국내에서 거듭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점증하는 북한 핵 위협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정보력이 뛰어난 일본과의 협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야당은 국민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았고, 이렇다 할 설득 노력도 없이 정보 협정이 속전속결로 진행됐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야 3당은 또 최순실 사태로 온 시선이 쏠린 틈을 타 부담스러운 이슈를 털고 가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을 보내며 30일 국방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제출키로 했다. 물론 외교에서 우선되는 게 명분보다 실리인 것은 사실이다. 국제관계에선 영원한 우방도 없고, 영원한 적도 없기 때문이다. 정부와 여당이 한·일 정보협정 가서명의 타당성을 뒷받침하기 위해 펴고 있는 이런 논리를 이해 못 하는 건 아니지만, 과연 득실 계산에서 우리가 이익을 더 얻을 수 있을지 철저히 따져 보는 자세를 잊어선 안 된다.
우선 양국 간 군사정보협정에 대한 국민의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 않아 국론분열의 개연성이 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 협정은 이명박 정부 당시인 2012년에 양국이 서명 직전까지 갔지만, 밀실협상 논란이 불거지면서 막판에 무산된 적이 있다. 이런 만큼 양국 정보협정 체결을 위한 국내 논의가 더 필요한 상황이었다. 그런데도 협상 재개 18일 만에 가서명에 들어가 버렸으니 국민이 이를 한목소리로 환영할 리가 만무하다.
군사 대국 야망을 숨기지 않는 아베 정부의 행보가 동북아 평화 위협 행위로 국제사회의 우려를 낳고 있다는 사실도 잊지 말아야 한다. 일본은 또 자위대의 한반도 진출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게다가 이번 협정에 한·미·일 3각 협력을 중시하는 미국의 입김이 있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어 중·러는 물론 남북관계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도 고려돼야 마땅하다. 정부는 이처럼 우려되는 사안들을 국민에게 충분히 설명한 후 협정 체결을 추진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