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국정농단] 추미애, 영수회담 철회 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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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 촛불민심 왜곡" 거센 반발에 결국 백지화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왼쪽에서 두번째)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영수회담을 제의해 15일 단독회담이 예정됐으나 당내 반발로 긴급 의원총회 직후 이를 철회했다. 사진은 1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긴급 의원총회에 입장하는 추 대표. 연합뉴스

14일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의 여야 영수회담 철회 결정은 이날 오전 회담 제의 발표만큼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촛불 민심을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며 의욕을 보였던 추 대표는 당 안팎의 거센 반발 여론에 직면하자 영수회담 백지화를 선택했다. 박근혜 대통령과 추 대표의 양자 영수회담에 대해 "야권 공조 파기"라며 목소리를 높인 국민의당과 정의당의 반발도 회담 철회의 원인이 됐다.

중진회의서 결론 안 난 사항
秋 전격 제안에 안팎 역풍
문재인 "사전 협의 없었다"
"야권 공조 파기" 비판도 부담

■급작스런 제안에 당내 반발 거세

이날 추 대표가 영수회담을 발표한 이후 당내 분위기는 급격히 악화됐다. 추 대표가 영수회담에 대해 당내 의견수렴 절차를 밟지 않은데다 회담 결과에 따라 정치적인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지적이 쏟아지면서다.

여야 영수회담은 지난 13일 최고위원, 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일부 참석자들이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당시 연석회의에서도 영수회담에 대해 결론이 나지 않았고 이 때문에 추 대표가 회담을 전격 제의한 데 대해 일부 최고위원들도 "놀랐다"는 반응을 보였다.

특히 영수회담을 공식 제의했을 당시 민주당이 대통령 퇴진에 대해 구체적인 당론을 정하지 않은 상태였다는 것이 문제가 됐다. 대규모 촛불집회 이후 당내에서는 2선 후퇴가 아닌 즉각적인 사퇴 혹은 하야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었다.

실제로 이날 오후 영수회담과 관련한 의원총회가 열리자 의원들은 '국회 추천 총리에게로의 전권 이양과 박 대통령의 2선 후퇴'였던 당론을 '즉각 퇴진'으로 수정했다. 당내에선 추 대표가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에게 뺏긴 '최순실 정국'의 주도권을 되찾기 위해 무리수를 뒀다는 분석도 나왔다. 회담을 통해 대통령 하야에 준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을 경우 당이 거센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도 높았다.

이상민 의원은 이날 개인 성명을 통해 "추 대표의 청와대 회담은 명백히 잘못된 결정이며 반대한다"면서 재고를 요청했다. 이 의원은 "(양자회담은) 시민들로부터도 배척당하게 될 것"이라며 "오히려 강고한 부패세력 앞에서 전열만 흐트러뜨리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의총에서도 이언주 의원 등이 "뒤에 쳐져 있다 100만 촛불로 민심이 결집하니 돌연 대장 노릇 하려는 거냐"며 거세게 반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내에선 이미 발표된 회담을 철회하기 어렵다는 반론이 나오기도 했다. 이석현 의원은 "미리 알았으면 영수회담을 말렸을 것"이라면서 "대통령을 만나 적극적으로 하야할 것을 촉구해라고 설득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의견은 소수에 그쳤고 당 소속 의원 다수가 회담 철회를 요구했다. 문재인 전 대표의 공보를 담당하는 김경수 의원도 "영수회담 제안과 관련, 문 전 대표는 사전에 협의하거나 연락받은 바 없다"며 '거리두기'에 나서는 모습을 보였다.

■국민의당·정의당 반발도 부담

이날 여야 영수회담 소식이 전해지자 국민의당과 정의당은 '야권 분열'을 우려하며 강력 반발했다. '최순실 게이트'에 대응하는 야권공조가 민주당의 '단독 플레이'로 깨질 위험에 처했다는 주장이었다. 국민의당 이용호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추 대표에게 대통령과 '밀실거래권'을 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도 여야 영수회담을 청와대의 '시간 끌기 전략'으로 평가하며 강하게 비판했다. 안철수 전 대표도 "촛불 민심이 바라는 게 그것이었는지 되묻고 싶다"고 부정적으로 반응했다. 정의당 심상정 상임대표도 "(회담을) 단호하게 반대한다"며 "100만 촛불의 함성을 왜곡한 일"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심 대표는 "박 대통령이 얼마나 반갑겠느냐, 제1야당 대표가 어떤 맥락도 없이 영수회담을 제안하니 얼마나 천군만마를 얻은 것 같겠느냐"며 추 대표가 박 대통령을 돕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국민의당과 정의당이 강력 반발하자 민주당 내부에서도 "양자 회담의 일방 추진은 앞으로도 굳건히 해나가야 할 야당공조를 깨는 것이고, 정치도의에도 반하는 것"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추 대표가 결국 회담 철회 결정을 내리자 국민의당 손금주 대변인은 "철회 결정을 존중한다"면서 "다시 한 번 야3당 공조를 공고히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손 대변인은 "야3당은 100만 촛불민심을 겸허히 받들고 공조를 통해 박 대통령의 퇴진과 대한민국의 위기 극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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