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 촛불집회] '6월 항쟁 그 함성' 29년 만에 다시 거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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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후 부산 서면 일원에서 시민들이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집회를 가진 후 거리행진을 하고 있다. 김경현 기자 view@



1987년 6월 '그날'의 함성이 29년 만에 다시 울렸다. '무소불위'의 독재 권력과 맞섰던 시민들은 12일 '국정농단'에 휘둘린 무능한 정권을 무너뜨리기 위해 물밀듯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하는 촛불집회는 오는 19일과 26일에도 이어질 예정이다.

12일 오후 부산 서면 일원에서 시민들이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집회를 가진 후 거리행진을 하고 있다. 김경현 기자 view@

'정권 퇴진' 하나된 민심
남녀노소 물밀듯 쏟아져
2000년 이후 최대 규모
19, 26일에도 집회 계속

■스스로 거리로 나온 시민들


12일 서울 촛불집회에 주최 측 추산 100만 명 이상(경찰 추산 26만 명)이 참가했다. 부산과 울산에서도 주최 측 추산 3만여 명이 지역 번화가에 모였다. 이 같은 규모는 민주화 열기로 가득했던 6월항쟁에 버금가는 수치로 2000년 이후 최대 규모의 집회로 기록됐다. 6월항쟁 때는 전국에서 130만~150만 명에 이르는 시민이 참여했다.

집회 성격도 6월항쟁과 유사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정 정치단체를 벗어나 남녀노소, 계층에 상관없이 온 국민이 자발적으로 거리로 나와 '정권 퇴진'과 민주주의를 외쳤기 때문이다. 다만 유혈이 낭자했던 6월항쟁과는 달리 이번 집회는 평화롭게 진행됐다. 일부 경찰과의 충돌은 있었지만 큰 사고는 없었다. 성숙한 시민의식이 돋보였다.

■새로운 대한민국 위해 하나 된 민심

지난 12일 오후부터 부산 서면 일대는 양손 가득 돗자리와 먹을거리를 챙긴 시민들로 발 디딜 틈 없이 북적였다. 손팻말과 촛불이 없었더라면 집회인지 축제인지 분간하기조차 어려울 정도였다.

6살 아들의 손을 잡고 온 임봉(38·여·서구 부민동) 씨는 "아들은 시국을 이해하기 힘든 나이지만, 현장의 분위기를 느껴야 진정한 민주주의를 배울 수 있다는 생각에 데리고 나왔다"고 말했다. 친구들과 함께 교복 차림으로 참석한 장희윤(16·여·김해 진영중) 양은 "정유라의 특혜입학 과정을 보면서 평범한 청소년들이 큰 상처를 입었다"며 "노력한 만큼의 정당한 대가를 얻는 나라에서 살고 싶다"고 밝혔다.

1987년 6월의 기억을 갖고 참여한 김정현(55·부산진구 양정동) 씨는 "6월항쟁 때보다 오늘 집회 에너지가 더 큰 것 같다"며 "과거에는 대학생 위주였던 반면, 지금은 남녀노소 모두가 한자리에 있다"고 말했다.

■풍자와 해학 쏟아진 집회 현장

풍자와 해학도 넘쳐났다. 록밴드 크라잉넛은 이날 서울 광화문 무대에서 자신들이 이번 사태의 최대 피해자 중 하나라고 주장했다. 크라잉넛은 "노래 '말 달리자'의 후렴구에 등장하는 말은 원래 크라잉넛의 것이었다"며 "우리가 이러려고 크라잉넛을 했는지 자괴감이 든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정유라 씨가 승마 특기생으로 각종 특혜 의혹을 받은 것을 겨냥한 것이다.

가수 이승환 씨는 자신의 히트곡인 '덩크슛'의 주술문 같은 후렴구를 개사해 '야발라바 하야하라 박근혜'로 바꿔 불러 열띤 호응을 얻었다.

김형·안준영·김준용 기자 jyoung@busan.com

영상제작: 서재민PD, 이승준, 조영환 대학생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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