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억원이 넘는 회삿돈을 횡령하거나 가로챈 혐의로 서울에서 체포된 부산 해운대 엘시티(LCT) 시행사의 실질 소유주 이영복 회장이 11일 오전 부산지검으로 들어가고 있다. 이재찬 기자 chan@

석 달간 도피 생활 끝에 10일 검거된 해운대 엘시티 시행사 회장 이영복(66) 씨가 11일 새벽 부산지검에 압송됐다.

이 씨는 이날 오전 3시 16분께 검찰 승합차를 타고 부산지검 청사에 도착했다. 이 회장은 검정색 점퍼에 마스크를 쓴 채 초췌한 모습으로 포토라인에 서서 취재진들의 카메라 세례를 받았다.

이 씨는 500억 원 횡령·사기 혐의와 정·관계 로비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취재진들의 질문에 "검찰에서 성실하게 답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국정 농단 의혹을 받는 '비선 실세' 최순실(60·구속) 씨와 만나거나 전화 통화를 한 적이 있는지 묻자 고개를 저은 뒤 없다고 말했다. 이어 자수 의사를 나타냈다 검거된 이유와 도피 기간 행적을 묻자 대답 없이 검찰 청사로 들어갔다.

검찰은 이 씨에게 혐의 인정 여부와 도주 기간 행적 등을 간단히 확인한 뒤 이 씨를 부산구치소에 수감했다. 검찰은 이날 오후부터 이 씨를 다시 불러 500억 원 이상의 회삿돈을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와 비자금의 용처, 정·관계 로비 의혹에 대해 본격적으로 조사할 계획이다.

이 씨는 올 8월 검찰 소환에 불응하고 잠적했다가 10일 오후 9시 10분께 서울 강남구 한 호텔 앞에서 경찰에 체포됐다. 검찰 측은 "이 씨가 자수하러 부산으로 오다가 마음을 바꿔 서울로 가서 다시 은신하려다 가족 신고로 붙잡혔기 때문에 자수가 아니라 검거"라고 밝혔다.

이 씨의 체포영장에는 500억 원이 넘는 회삿돈을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특경법상 횡령·사기)가 적시됐다. 특히 검찰은 이 씨가 해운대해수욕장 코앞에 해운대 해수욕장 인근에 101층짜리 호텔과 주상복합단지 등 3개 동을 인·허가받는 과정에서 광범위한 로비를 벌여 각종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에 주목하고 있다. 이를 위해 검찰은 지난 3일 부산시, 부산도시공사, 해운대구청, 해운대구의회를 압수수색했다.

최근에는 이 씨가 서울에서 최순실 씨와 같은 친목계를 한 것으로 알려져 엘시티 추진 과정에 최 씨의 입김이 있었는지 여부도 관심을 받고 있다. 최혜규 기자 iwi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