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게이트' 주말 갈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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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창천 문화공원에서 서강대·연세대·이화여대·홍익대 학생들이 꾸린 '서울 서북부 대학 연합'이 연 공동행진에 앞서 대학생들이 '박근혜 퇴진'을 요구하는 손피켓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 오는 12일 부산·울산·경남을 포함해 전국 각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는 '범국민집회'는 향후 정국의 분수령이 될 가능성이 높다. 서울 도심에서 열리는 민중총궐기에는 부산울산경남 지역에서도 2만여 명이 이동해 집회에 힘을 보탤 예정이다. 이번 집회는 야 3당, 시민사회, 학생, 일반 시민 등이 모두 참석하며 2000년대 들어 최대 규모 집회가 될 전망이다.

이처럼 상황이 엄중하지만 여야 정치권은 '책임총리' 인선 등 수습책 마련에 적극 나서기는커녕 대책 없는 백가쟁명 식 주장만 쏟아내 혼란을 더욱 부추긴다는 지적이다. 특히 몇몇 대선주자들은 자신의 입장을 수시로 바꾸는 '오락가락 행보'를 일삼고 있다.

12일 전국 각지 범국민집회 
野 3당 동참 역대 최대 규모 
부울경서도 2만 여 명 상경 

백가쟁명 식 정국 해법 난무 
원로들 "與野 일단 만나라"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는 박 대통령이 김병준 총리 카드를 철회하고 총리 추천권을 국회에 넘긴 당일에는 "아주 잘한 일"이라고 했다가 10일에는 "대통령의 대국적인 결단이 무엇보다 우선돼야 한다"고 말을 뒤집었다. 새누리당도 이정현 대표 사퇴를 둘러싼 내홍에 휩싸여 집권여당의 책임감 있는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일부 여권 인사는 진보세력 못지않은 과격한 주장을 내놓고 있다.

야권도 마찬가지다.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지난달 26일 정치권에서 제일 먼저 '거국중립내각' 구성을 요구했다. 그러나 새누리당이 30일 이를 수용하고,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8일 정세균 국회의장을 전격 방문해 국회에 총리 추천 권한을 이양하겠다고 밝히자 "박 대통령은 내치뿐 아니라 외치에서도 신뢰를 잃었다"고 2선 후퇴를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은 "직접 만나서 얘기하자"는 박 대통령의 제안을 거부한 채 "진실 규명 및 책임자 처벌에 집중하자"(추미애 대표)는 주장만 되풀이 하고 있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는 10일 서울 홍대 앞에서 거리서명에 참여해 '박근혜 대통령 퇴진! 당신은 더 이상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아닙니다'라는 글을 담은 유인물을 배포했다. 심지어 그는 "이미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은 박 대통령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정치권 및 지도자들의 혼란상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도 높아가고 있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이날 "정치권이 모여서 깊은 고민을 하고 사태 해결을 위한 공통분모를 찾아내고 국민에게 난국 타개의 방향을 제시하는 것만이 무너진 국민 신뢰를 되찾는 길"이라며 "밤샘을 해서라도 얘기를 해야 하는데 단 한 시간도 그런 회합이 없으니 답답하다"고 꼬집었다. 김종필 전 총리는 9일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위기관리 지도자가 필요하다"며 "지금 상황은 위기관리가 가장 중요한데, 주위를 둘러봐도 그런 사람이 잘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권기택·조소희 기자 kt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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