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최 게이트' 터지기 전 대통령 비방 전단, 처벌해? 말어?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기 전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 씨 일가의 관계에 의혹을 제기하는 전단을 버스정류장에 놓아둔 시민이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이 전단 속 의혹의 근거가 현재 일부 드러나고 있어 재판 결과에 관심이 쏠린다.
올 4월 새벽 A(53) 씨는 부산 서구 버스정류장 의자에 전단 57장을 놓고 떠났다. 이 전단은 부산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관련 행사장에서 가져와 보관하던 것이었다. 바로 그 다음날, 집으로 돌아 온 A 씨는 자신을 기다리고 있던 경찰 7명과 마주쳤다. 경찰은 인근을 지나는 차량의 블랙박스까지 확인해 하루 만에 A 씨를 찾아냈다.
최 씨 일가와 관계 의혹 제기
50대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
부산지법 다음 달 공판 주목
A 씨는 경찰과 검찰 조사 후 재판에 넘겨졌다. 혐의는 명예훼손. 검찰은 공소장에서 "허위 사실을 적시한 전단을 유포하기로 마음먹고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가져가도록 해 공연히 박근혜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밝혔다. 전단은 '문화체육관광부 모 과장이 청와대 실세 논란이 한창인 정 모 씨(최순실 씨 전 남편 정윤회 씨)의 딸 특혜 의혹을 처벌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올리자 박근혜가 직접 경질을 지시, 도대체 박근혜와 정 모 씨는 어떤 관계여서 이런 황당한 사건이?'라는 표현과 세월호 사고 당시 대통령의 행적에 대한 산케이신문 등의 보도를 들어 '7시간 동안 뭐 했는지 밝히면 될 것을 의혹을 제기하는 외국 언론을 고발해서 세계적인 망신'이라는 문구를 담고 있다.
앞서 이 전단 때문에 대구와 부산에서 2명이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이번 재판은 '최순실 게이트' 이후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 전단 속 의혹은 현재 진행 중인 최순실 씨 일가의 국정 농단 수사를 통해 일부 확인되고 있고, 앞으로 규명될 수 있는 내용이다.
A 씨 사건은 부산지법 형사3단독 윤희찬 부장판사 심리로 지난 9일 첫 재판이 열렸다. A 씨 측 조형래 변호사는 "전단 내용 중 허위사실이 없을 뿐더러 백번 양보해 일부 허위라고 해도 고의성이 없었다"며 "현재 대통령에 대한 비판 수위에 비해 이 전단의 내용은 오히려 온건한 편으로, 처벌의 형평성도 고려돼야 할 것"이라며 A 씨의 무죄를 주장했다. 다음 공판은 다음 달 2일 열린다. 최혜규 기자 iwi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