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문화 권력' 차은택, 부산 '한·아세안 정상회의'도 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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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2월 부산에서 열린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당시 공연 감독을 '문화계 비선 실세' 차은택 씨가 맡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해 12월 12일 벡스코에서 열린 정상회의 1세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 옆으로 최근 구속된 안종범(앞줄 맨 왼쪽) 전 수석과 정호성(앞줄 맨 오른쪽) 전 비서관이 앉아 있다. 부산일보 DB

최순실(60) 씨의 측근으로, 박근혜 정부 '문화계 황태자'로 불렸던 차은택(47) 씨가 2014년 부산에서 열린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때도 자신이 맡은 행사의 일감을 챙겼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014년 12월 부산 벡스코 등에서 열린 한·아세안 정상회의 행사 때 차 씨가 대표로 있는 광고회사 '아프리카픽쳐스' 직원들이 현장 스태프로 일했다는 정황이 포착된 것이다. 차 씨는 그해 12월 11일 벡스코에서 열린 개막 환영만찬 및 문화공연 행사의 감독을 맡았다.

개막 만찬·공연 감독 맡아
본인 광고사 일감 챙긴 의혹
"영부인 행사 관여" 증언도
맡게 된 경위·계약액 의문


차 씨가 행사 감독을 맡았던 개막 문화공연뿐 아니라 뒷날인 12일 열린 아세안 국가 영부인 행사에서도 차 씨 회사 직원들을 봤다는 증언이 나왔다. 당시 행사 준비에 참석했던 한 관계자는 "영부인 공식행사에 아프리카픽쳐스 직원들이 왔다 갔다 해서 의아했다"며 "만약 영상제작 관련 업무를 맡았으면 제작된 영상만 납품하면 되는데, 이런 대규모 국제행사에 직원들이 현장 스태프처럼 일을 하고 있어 회사의 외연이 이렇게까지 확대된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고 말했다.

당시 조윤선 전 청와대 수석이 의전을 맡은 영부인 행사의 경우 기획을 'HS애드'에서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270억 원 규모의 2014 인천아시안게임 개·폐회식 행사 계약을 따내기도 한 HS애드 측은 아시안게임 영상감독으로 차 씨를 선임해 논란을 빚고 있기도 하다. 차 씨는 아시안게임 때도 자신의 회사인 '아프리카픽쳐스'에 일감을 챙겨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인천아시안게임 당시 차 감독의 선임 배경에는 이 모 전 HS애드 국장이 주도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전 국장은 '미르재단'의 상임이사로 최근까지 활동한 인물이다.

이와 관련 부산시 관계자는 "한·아세안 정상회의의 경우 정부 행사라 외교부가 주도했고, 부산시는 현장 협조 정도의 역할만 했기 때문에 정확한 사정은 모른다"고 밝혔다. 그러나 부산시 안팎에서는 만약 부산 행사 중 차 씨와 관련된 비리가 터져 나온다면, 한·아세안 행사가 문제가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부산의 한 마이스업계 관계자는 "한·아세안 정상회의 행사는 외교부를 중심으로 한 준비기획단에서 일괄적으로 챙겼는데, VIP들이 참여하는 만찬행사 때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전면에 나섰다"며 "갑자기 김종덕 당시 문체부 장관이 나서서 행사를 챙기길래 이상하다 싶었는데, 한국적인 모습을 알리기 위해 문체부가 준비한다는 설명을 들었다"고 전했다.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은 차 씨의 은사로, 차 씨가 '비선 실세'인 최순실 씨를 등에 업고 그를 문체부 장관에 앉혔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또 차 씨는 '문화창조 융합벨트 확산' 등의 사업에 수백억 원대 예산을 책정하도록 문체부에 압력을 넣고, 그 중 수십억 원을 착복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한·아세안 행사 때 차 씨가 문화공연 행사의 감독을 맡게 된 경위와 당시 행사 담당 업체, 계약 금액 등을 묻는 질문에 외교부는 "감독 및 계약업체 선정은 문체부에서 했다"고 답변했다. 문체부는 "확인해 보고 연락 주겠다"고만 답했다. 이자영 기자 2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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