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미 대선 트럼프 승리, 한반도 정책변화에 대비를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높은 나라 미국에서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바로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에 승리한 것이다. 대이변이다. 세계가 놀라는 것은 예상을 깬 드라마틱한 승부여서가 아니다. 트럼프는 지난 수십 년간 미국이 가던 길을 거부하는 인물이다. 세계가 진정 놀라는 것은 그를 지도자로 선택한 미국의 앞날을 예측하기 쉽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미국의 선거 관계자들은 클린턴의 '이메일 스캔들'과 트럼프의 막판 지지층 결집에서 대이변의 원인을 찾고 있다. 선거 막판에 대선판을 강타한 미 연방수사국(FBI)의 '이메일 스캔들' 재수사가 클린턴에게 불리하게 작용한 반면 트럼프의 경우 그의 열성 지지층인 '러스트벨트(낙후된 중서부 제조업지대)'의 백인 중산층 노동자들이 막판에 결집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지지 의사를 대놓고 드러내지 않은 숨은 표가 대거 투표장으로 나왔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정치적 '이단아'인 그를 대통령으로 만든 것은 유권자들의 변화와 개혁 열망이 표로 대거 반영된 것으로 봐야 한다. CNN 방송의 출구조사 결과 대통령 선택의 기준과 관련해 응답 유권자의 38%가 변화를 이끌 수 있는 인물인가를 보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기성 정치판과 정치인에 변화의 바람을 불어넣겠다는 약속에 집중한 트럼프의 전략이 먹힌 셈이다. 이제 그는 선거유세만큼이나 요란한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트럼프식 변화 기대감 표로 연결

미국 예비 대통령의 탄생을 지켜본 지구촌의 표정은 불안이 가득하다. 특히 미국시장 의존도가 높은 데다 안보문제도 미국에 의존하는 우리나라로서는 경제와 안보 현안이 걱정되지 않을 수 없다. 지금까지 트럼프가 밝힌 한국 관련 발언들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면 한반도에 전례 없는 격랑이 예고된다. 최순실 씨의 국정농단 사건으로 국정이 마비지경인 작금의 상황이어서 탈출구가 더욱 어두워 보인다.

9일 트럼프의 당선 전망이 나오자 예상대로 전 세계 금융시장은 대혼란에 빠졌다. 국내도 마찬가지였다. 당장 코스피 지수와 코스닥 지수가 장중 한때 각각 3%대, 5%대나 곤두박질쳤다. 부랴부랴 금융위·금감원의 시장 합동점검, 은행 외환담당 임원 긴급 모임 등이 이어졌다. 이 정도는 시작일 뿐이다.

트럼프는 무역협정의 재협상을 공약으로 내세워 EU(유럽연합)를 탈퇴한 영국처럼 보호주의와 고립주의를 택할 가능성이 있다. 후보 지명 수락 연설에서 그는 "세계주의가 아닌 미국주의가 신조"라고 선언한 바 있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에 부정적 시각을 가지고 있는 트럼프는 모든 무역협정을 재협상 테이블에 올리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그는 "일자리를 죽이는 한국과의 무역협정을 지지했다"며 클린턴을 비판한 적도 있다. 이 밖에도 중국·멕시코로부터의 수입도 제재할 경우 무역갈등까지 염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국정공백으로 경제·안보 놓쳐선 안 돼

안보문제는 더 심각하고 시급한 사안이다. 먼저 트럼프가 대북문제에 경험이 부족한 데다 우리 외교안보 당국이 그의 대북정책이 무엇인지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김정은을 '미치광이'라면서 "내가 대통령이 되면 지구 상에서 사라지게 하겠다"고 언급한 적이 있다. 또 한편으로는 "북한과 협상하지 않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라고 밝혀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

트럼프는 '안보 무임 승차론'을 비판하면서 현 동맹의 틀을 재정비해 스스로 국방에 힘쓰도록 하겠다는 생각이 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밖에 주한미군 주둔비용 역시 전적으로 한국에서 부담해야 하며 그러지 않으면 주한미군을 철수시키겠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트럼프와 우리 정부 사이에 간극이 너무 커 앞으로 적지 않은 마찰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다시 한번 우리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국정공백 상태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정치권은 위기에 처한 경제와 안보문제만은 당리당략을 떠나 협력하기 바란다. 총리 권한 문제 등을 시급히 해결하고 비상의 각오로 경제 및 안보문제와 정면 대결에 나서야 한다. 제45대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세계주의를 버리고 미국주의를 선언했음을 상기해 보라. 9·11사태 못지않은 미국발 변화가 어느 날 하루아침에 찾아왔다.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