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트럼프 당선] 경제 분야 파장은
공약 그대로 실현 땐 세계 경제 대혼란
미국의 새 대통령에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되면서 한국 경제에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그는 대선 기간 내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비롯한 각종 무역협정을 비난하는 등 과격한 보호무역주의 성향을 나타냈다. 이는 수출이 성장의 동력이 되고 있는 한국에 큰 악재로 작용한다. 더 문제는 미국이 이처럼 무역장벽을 높이 쌓는다면 글로벌 경제 전체가 침체의 나락으로 빠져들게 된다는 점이다.
FTA 재협상 요구 가능성
반덤핑 관세 땐 수출 급감
감세·재정지출 확대하면
금리 치솟고 증시 침체 우려
■한·미 FTA 재협상하나
트럼프는 한·미 FTA는 "미국 내 일자리를 좀먹는 조약"이라고 비판했다. 미국은 대통령에게 무역구제 조치에 폭넓은 재량권을 인정하고 있어 실제로 재협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그가 서면으로 협정 해지를 통보하면 180일 후에 한·미 FTA는 자동으로 종료된다.
하지만 우리 정부도 재협상에 응하기는 어렵다. 농어업계와 산업계의 저항이 극렬할 것으로 예상돼 재협상은 선택 가능한 옵션이 아니기 때문이다.
문제는 한국만의 것이 아니다. 트럼프는 중국에서 수입하는 모든 물품에 45%의 관세를 매길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어 실제로 이를 추진할 경우 글로벌 관세전쟁이 발발할 가능성이 크다. 그 여파는 고스란히 우리 경제에도 미친다. 아울러 반덤핑과 상계관세 부과가 빈발하면서 철강·자동차·섬유·의류 등 우리나라의 대미 수출도 급감할 가능성이 있다.
■공약 실현 시 무역전쟁 가능성
이뿐만 아니라 금융시장의 경우 최순실 게이트로 증시가 약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 대선 악재가 겹쳐지면서 한국 증시가 장기 침체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가 핵심공약인 감세와 재정지출 확대에 나설 경우 미국 금리는 단기간에 2% 중반을 넘어서 3%까지 오를 여지가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트럼프는 임기 동안 1조 달러의 공공인프라 투자를 약속했고 미국 내 석유 천연가스 석탄 등 화석연료를 적극적으로 개발할 뜻을 비쳤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 관계자는 "철강 발전 장비 석유가스 시추장비 등 유관분야 시장이 확대돼 우리 기업들에도 기회가 될 수 있다"면서도 "트럼프의 성향상 자국 기업을 우선시할 것으로 예상돼 이마저도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트럼프는 미국 공공보건의 효율성 제고를 위해 저가 의약품 수입을 추진할 것이라고 공약해 국내 제약회사들의 수출은 늘 것으로 보인다.
제현정 무역협회 통상연구실 연구위원은 "트럼프의 공약이 실현될 경우 무역전쟁을 방불케 하는 혼란이 초래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덕준·천영철 기자 casiope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