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게이트 예능 패러디 봇물 ②] 막힌 속 시원케하는 '사이다' 같은 풍자 원한다
■"어머! 내 프라도 신발이…" tvN 'SNL코리아 8'(11월 5일)
지난 5일 방송된 tvN 'SNL코리아 8'에서는 김민교가 최순실 분장을 한 채 등장해 큰 화제를 모았다. 여태껏 방송에서는 자막 정도로 처리되었던 풍자가 직접적인 대사와 분장으로 나타났기 때문.
이날 방송에서 김민교는 정상훈의 집 주인으로 등장했다. 그는 흰색 블라우스를 입고 머리에는 선글라스를 얹어 최순실의 모습을 떠올리게 했다. 김민교는 대중들이 최순실을 인식하던 한 장의 사진 속 모습을 완벽한 싱크로율로 재연해 공통된 웃음을 안겼다.
이날 정상훈과 김민교는 세입자와 건물주 사이의 갈등을 그리며 아웅다웅하는 모습을 보였고, 급기야 정상훈이 김민교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애원하기도 했다. 김민교는 정상훈을 뿌리쳤고, 그 과정에서 신발이 날아가는 드라마틱한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김민교는 "어머 내 신발. 내 프라도 신발. 어머 신발놈이"라며 벗겨진 신발을 주섬주섬 신었다. 김민교가 대사를 통해 언급한 프라도 신발은 최순실이 검찰 출석 당시 신었던 명품 '프라다' 신발을 빗댄 것. 당시 최순실은 취재진과 시위대가 엉켜 신발 한쪽이 벗겨졌는데 해당 제품의 가격이 72만원으로 알려져 화제가 되기도 했다.
■"나 그 사람 아니에요" KBS2 '개그콘서트'(11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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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KBS2 '개그콘서트' 방송 캡처 |
그녀의 등장에 유민상은 "(손에 든 것은)혹시 태블릿?"이라고 물었고 이수지는 "그냥 클러치백"이라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태블릿 PC는 최순실이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중요기밀자료를 받아 볼 수 있었던 통로이자 JTBC 특종의 결정적 물건.
이날 방송에서는 '독일' '실세' '이대' '말'등의 단어가 대사로 거론했고 이수지는 최순실 관련 단어가 나올때마다 "나 그 사람 아니에요"라고 부인했다.
■"70억 빼돌렸으면 귀여운 거죠" JTBC '비정상회담'(11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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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JTBC '비정상회담' 방송 캡처 |
이날 방송에서는 각국 대표들이 모여 대통령의 탄핵, 비리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미국 45대 대통령 선거를 앞둔 상황(방송 당시)의 분위기를 전하기 위해 열린 짤막한 토론이었지만 이야기의 흐름은 자연스레 최순실 게이트를 생각나게 했다.
이날 미국 대표 마크는 "흔히 선거가 좋아하는 사람을 뽑기보다 덜 미운 사람을 뽑는 것이라고 하지 않냐? 힐러리의 지지자가 다 힐러리가 좋아서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힐러리 경우에도 국가 기밀을 외부 이메일로 유출한 일이 있다"고 설명했다.
마크의 발언에 개그맨 유세윤은 "국가기밀이요?"라며 놀란 듯한 반응을 보였고, 전현무는 "지금 미국 얘기하는 것 맞냐? 그런 나라가 있냐?"며 의미심장한 물음을 던졌다.
이어 각국 측근들의 비리에 대한 이야기로 흐름을 바꼈고 성시경은 "보통 성 씨가 최죠?"라고 질문을 던졌다. 그는 잠시 뜸을 들이다가 "최측근"이며 자문자답했다.
또 크리스티안이 멕시코 대통령 영부인이 정치 프로젝트에서 70억원을 빼돌리는 비리를 저질렀다고 설명하자 성시경은 "70억원이면 귀엽다. 우리는 끝날 때 몇 천억, 몇 조 해 드시니까. 검소한 영부인 같다"며 뼈 있는 발언을 이었다.
토론을 정리하며 전현무는 "정치도 잘 해야 하지만 측근이라는 사람들 관리를 잘 해야 한다"는 말로 마무리 지었다.
■정치에서 개그 소재 찾는 요즘, '사이다' 풍자를 원한다
웬만한 예능보다 요즘은 정치에서 개그를 느낀다는 말이 나온다. 한동안 예능이나 개그코너에서 거침없는 풍자를 볼 수 없었던 탓인지, 대중들은 현 시국을 비난하는 패러디물을 반가워한다. 최순실 게이트를 둘러싼 풍자와 패러디는 케이블의 자막 형태로 시작해 점차 공중파로 무대를 옮겼다.
'YS는 못말려', '회장님 우리 회장님' 등의 개그 코너를 썼던 장덕균 개그작가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개그계의 억눌렸던 풍자문화에 대해 "우리 나라는 어떤 특정 단체나 정치적인 세력을 풍자하면 바로 고소를 해버려요. 아직도 우리나라 멀지 않았나 이런 생각이 듭니다"라고 안타까움을 표현했다.
이어 과거에는 오히려 풍자 개그에 외압이 없었다고 말하며 "정권이 되레 국민의 눈치를 봤기 때문에 괜히 잘못 건드렸다가 역풍을 맞을수 있다는 생각들이 있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정권이 국민들의 눈치를 보는 시대.'
당연한 듯 보이지만 개그 같은 시대에 사는 요즘은 당연함과 거리가 멀어보인다. 겉모습만 패러디하는 것이 아닌 막힌 속을 시원케하는 '사이다' 같은 정통 시사 풍자는 언제쯤 마음 놓고 볼 수 있을까.
김은지 부산닷컴 기자 mult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