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국정농단] 박 대통령, 국회 전격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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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기도, 내치기도… '국회 추천 총리'에 고민 깊은 野

새누리당 정진석(왼쪽부터), 국민의당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가 8일 오후 박 대통령의 책임총리 국회 추천 요청과 관련한 여야 3당 회동을 마친 뒤 국회의장실에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이 8일 국회를 방문해 국무총리 추천을 요청하면서 정치권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새누리당은 "국정 위기를 타개하는 출발점"이라며 환영했지만 야당에서는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며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야당은 특히 대통령이 '2선 후퇴'에 대한 분명한 언급이 없었던 만큼 총리 추천권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여야 모두 책임총리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향후 총리가 국정운영과 대권 레이스에 미칠 파장을 감안해 조심스런 행보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2선 후퇴' 분명한 입장 없어
야권 "국면전환용 의심"

대선 영향 등 '셈법' 복잡
상당기간 정치적 진통 예상
박지원 "이미 덫에 빠졌다"

새누리, 반전 계기 기대
"야, 대승적 결단해야" 압박


새누리당은 총리 추천 국면을 통해 최순실 게이트 수습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계산이다. 새누리당 염동열 수석대변인은 이날 공식 논평에서 "오늘 박 대통령의 국회 방문은 그동안 야당이 요구해온 사안들에 대한 대통령의 진정한 뜻을 전하기 위한 자리였다"면서 "야당의 대승적 결단을 당부한다"고 말했다. 최순실 게이트 공동 책임론과 당내 갈등으로 정치적 위기에 처한 새누리당은 총리 추천 논의가 본격화되면 여당으로서의 역할이 부각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야당이 주도하는 총리추천이 이뤄진 이후에는 반전의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반면 야권은 총리 추천 정국으로의 전환이 달갑지만은 않다. 박 대통령이 야권의 요구를 상당부분 수용했음에도 2선 후퇴에 대해 분명한 입장이 없다며 고리를 건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원내대변인은 이날 "대통령의 말씀은 모호해 진의를 분명히 할 수 있는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경미 대변인도 브리핑에서 "대통령의 국회 방문이 또 하나의 국면전환용이 아닌가 의심이 든다"며 "가장 핵심인 2선 후퇴에 대해선 아무런 언급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야당은 총리 추천이 최순실 게이트의 주요 이슈를 덮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의당이 "국회에 합의하라고 던져놓은 시간벌기용"이라고 비판한 것도 이 같은 분석에서다.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대통령이 던져놓고 가면 언론과 국민은 여야 3당이 누구를 총리로 추천할 지로 넘어간다. 우리는 그 덫에, 늪에 이미 빠졌다"고 강조했다. 여권이 총리 추천 문제로 여론의 관심을 돌리기 위해 마련한 전략에 야당이 빠져들고 있다는 비판이다.

이처럼 여야의 전략적 입장이 엇갈리고 있어 총리 추천 문제는 앞으로도 상당한 진통을 겪을 전망이다.

실제로 이날 여야 3당 원내대표와 정세균 국회의장의 회동은 성과 없이 마무리됐다. 이들은 이날 오후 2시부터 약 45분간 국회의장실에서 대화를 나눴으나 별도의 결론은 내리지 않았다.

민주당과 국민의당 등 두 야당은 의원들로부터 의견을 수렴해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이날 원내대표 회동에서는 영수회담에 대한 이견조율이나 박 대통령의 탈당 문제도 거론됐지만 이에 대해서도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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