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국정농단] 리더십 붕괴 새누리… 고성·언쟁에 '분당'까지 거론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가 8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이정현 대표의 대표직 사퇴를 공개 요구하자(오른쪽), 이 대표는 이에 대해 거부의 뜻을 취재진에게 밝히고 있다. 박희만 기자 phman@

최순실 사태로 사면초가에 몰린 새누리당에서 연일 고성이 오가는 말싸움이 벌어지고 당직 사퇴가 줄잇는 등 혼란이 거듭되고 있다.

정진석 원내대표 주재로 8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는 '최순실 국정개입 파문'에 대한 당 지도부의 대응 방식을 놓고 언쟁이 벌어졌지만 실종된 리더십으로 해법찾기는 난망하다.

고위 당직자 5명 자리 떠나고
지도부 사퇴 요구도 계속돼
최순실 파문 국회 현안질문도 방관
사면초가 탈출 해법찾기 난망

■연일 고성·언쟁·당직 줄사퇴


지도부 총사퇴를 촉구하는 하태경 의원은 이날 회의에서 지난 국정감사 때 당 지도부가 '미르·K스포츠 재단 비리 의혹'과 관련한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등의 증인 채택을 차단하라고 지시한 것을 집중적으로 문제 삼았다.

이에 교문위 여당 간사인 염동열 수석대변인은 "그 당시에는 의혹만 있었던 것 아니냐"면서 "지금 지난 문제를 들춰내는 게 중요하냐. 사태 수습부터 하는 게 급선무"라고 맞받아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김도읍 원내수석부대표는 "누가 뭘 막았다는 것이냐"면서 "그렇게 얘기한다면 내 책임이니까 내가 그만두겠다"면서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이처럼 당이 어수선한 가운데 비주류 중진인 나경원 의원은 당 인재영입위원장직을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이정현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 사퇴를 주장하는 비주류 모임에 참여했던 김종석 전 여의도연구원장, 오신환 전 홍보본부장, 김현아 전 대변인 등에 이은 당직 사퇴이다. 전날 비박(비박근혜)계 강석호 최고위원의 사퇴 선언까지 포함해 모두 5명의 고위 당직자가 자리를 떠난 것이다.

이날도 당 지도부 사퇴 요구는 이어졌다. 정 원내대표는 회의석상에서 이 대표에 대해 "온 세상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돌팔매질을 하더라도 막아내겠다는 진심을 믿는다"면서 "그러나 이것은 바른 선택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파도에 부서진 난파선의 선장을 자임했는데, 그 선장이 '이 배는 내 배다. 내 사람만이 지킬 수 있다'고 고집한다면 누가 노를 함께 저으며 풍랑을 헤쳐갈 수 있겠느냐. 현명한 판단을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당 소속 초·재선 의원 중심으로 꾸려진 '최순실 사태 진상규명과 국정 정상화를 위한 새누리당 국회의원 모임'도 이날 또다시 회동을 갖고 지도부 사퇴 입장을 재확인했다. 특히 이날 회동에서는 당 일각에서 주장하는 비대위 체제 전환은 물론 분당(分黨)까지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무성 전 대표도 기자들과 만나 "당 지도부는 대통령과의 의리 문제로 인식하고 있는데, 그런 마인드로 상처 난 국민의 마음을 달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잘못된 것을 인정한다면 빨리 잘못을 거둬들이는 게 사태 수습의 길"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일각에서 제기되는 '분당설'에 대해서는 "지금은 그런 생각을 하지 않는다"면서 "빨리 당 지도부가 제대로 된 길을 가길 촉구한다"고 말했다.

■여당 의원들 본회의에서 침묵 이어가

국회는 오는 11일 본회의를 열어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 등에 대한 긴급현안질문을 개최키로 했다. 여야 3당 원내 수석부대표는 이날 회담을 갖고 이 같이 합의했다. 하지만 긴급현안질문에는 야당 의원만 12명이 신청했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지난 3일 열린 본회의에서도 야당 의원들과는 달리 5분 자유발언 신청을 아무도 하지 않은 채 침묵했다. 당 관계자는 "지금 순간에 최순실 사태를 옹호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야당 의원들과 함께 돌을 던질 수도 없는 것 아니냐"며 "한마디로 선장 없는 난파선 같다"고 난감해했다.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