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국정농단] 차은택 씨 전격 입국·압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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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공항 내리자마자 체포… '문화계 비리' 수사 본격화

'최순실 게이트'의 또다른 핵심 인물인 차은택 씨의 귀국으로 차 씨를 둘러싼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고 있다. 왼쪽은 8일 밤 인천공항에 입국한 직후 긴급체포돼 압송되고 있는 차 씨. 연합뉴스

'최순실(60·구속) 국정 농단 사건'의 핵심 인물인 차은택(47) 씨가 8일 귀국 즉시 체포됐다. 차 씨는 '비선 실세' 최 씨를 등에 업고 정부의 창조경제 정책과 문화·스포츠 관련 각종 이권과 정부 인사에 개입한 의혹을 받는다. 검찰이 한 달 넘게 해외에 머물며 수사에 대비한 차 씨를 상대로 광범위한 의혹의 실체를 밝혀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차 씨는 이날 오후 8시께 중국 칭다오(靑島)발 인천행 항공기에 탑승했으며 오후 9시 40분께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차 씨는 도착 직후 취재진에게 "진심으로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고 반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자들의 질문이 이어지자 "그동안 상하이와 칭다오에 머물렀다"며 "안종범 전 수석과는 조금 알고 있다"고 답했다. 차 씨는 이 과정에서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8일 밤 중국 칭다오서 귀국
"진심으로 물의 일으켜 죄송  
안종범 전 수석과 조금 알아" 

문화창조벨트 등 각종 이권  
정부 인사 개입 의혹 규명 초점

광고와 뮤직비디오 감독으로 이름을 날렸던 차 씨는 2014년 8월 대통령 소속 문화융성위원회 위원으로 위촉되며 공직에 데뷔한다. 같은 달 무대에 올린 차 씨 연출의 뮤지컬 '하루'는 단 하루 상영됐지만, 박 대통령의 관람에 이어 문체부로부터 1억 7890만 원의 지원을 받는다. 3개월 뒤에는 차 씨가 제작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 '늘품체조' 시연회에 박 대통령이 다시 참석하면서 '문화계 황태자'로 불리기 시작했다.

이후 차 씨는 지난해 4월 창조경제추진단장 겸 문화창조융합본부 단장에 위촉됐다. 이후 차 씨를 둘러싸고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를 한다' '모든 일은 차은택을 통해야 한다'는 말이 문화계의 공공연한 비밀이 됐다.

최 씨의 국정 농단 의혹 가운데 차 씨의 역할은 정부 문화정책과 예산을 좌지우지했다는 것이다. 차 씨가 최 씨와 함께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보고서는 '대한민국 창조문화융성과 실행을 위한 보고서' '대한민국 국가 이미지 통합작업' 등 5건인데, 관련 예산은 1800억 원대다. 올 7월 발표돼 표절 의혹이 불거진 국가브랜드 '크리에이티브 코리아' 제정 작업과 정부상징 통합 작업에도 차 씨가 관여했다는 정황이 드러났다.

차 씨는 장·차관급 인사에도 개입했다는 의심을 받는다. 차 씨의 광고계 대부로 알려진 송성각(58) 전 한국콘텐츠진흥원장, 차 씨의 대학원 은사인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 차 씨의 외삼촌인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이 차 씨와의 인연으로 자리에 올랐다는 증언이 나왔다.

이렇게 문체부 안팎에 자신의 인맥을 만든 뒤 차 씨가 각종 이권을 챙겼다는 정황도 여럿 드러나있다. 차 씨가 안종범 전 수석 등과 함께 중소 광고업체 대표를 협박해 포스코 계열 광고사 포레카를 강탈하려 했고, 이 과정에 송 전 원장이 '해결사'로 나섰다는 내용의 녹취록이 공개됐다. 이와 관련해 안 전 수석은 강요미수 혐의로 구속됐고, 송 전 원장은 지난 7일 체포됐다.

자신이 대표로 있거나 관련한 회사를 통해 대기업 광고를 쓸어담았다는 의심도 받는다. 이 중 하나인 플레이그라운드 대표 김홍탁 씨도 지난 7일 소환돼 17시간 넘게 조사를 받았다.

앞서 긴급체포된 후 8일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리는 차 씨의 핵심 측근 송성각 전 한국콘텐츠진흥원장. 연합뉴스
검찰은 주변 인물 조사로 차 씨의 의혹이 상당 부분 드러난 만큼 차 씨를 체포해 곧바로 알선수재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차 씨는 최 씨가 주재한 '비선 모임'의 핵심 멤버이자 '우병우가 뒤를 봐주고 있다'로 말했다는 폭로도 나와 차 씨의 진술에 따라 관련자들이 추가로 소환될 가능성도 있다.

  최혜규·민지형 기자 iwil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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