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국정 개입과 민주주의 교육] '자괴감 들지 않는' 일상 속 민주주의 회복을
개인이 우리나라의 여러 가지 정치적 사안에 개입한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의 파장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이 사태와 관련한 정치 인사들이 검찰 수사를 받는 한편, 시민들은 크게 분노하며 촛불집회를 열고, 시국선언을 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정부의 책임을 촉구하고 있다. 국가의 중대한 일에 대해 특히 학생들을 가르치는 선생님들의 고민과 자녀를 둔 부모님들의 고민이 크다고 한다. 아이들이 알아야 하는 중요한 사건이지만, 민감한 사안이라 어떻게 이야기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한 인터뷰에서 어떤 선생님은 학생들이 학교에서 정치적인 이야기를 할 때, 그냥 웃으면서 넘어간다고 말한다. 학부모들은 이렇게 아이들에게 설명하기 힘든 뉴스는 유해 영상물로 지정해 아이들이 보지 못하게 했으면 좋겠다고까지 이야기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민주주의를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배운다. 그 내용은 민주주의의 기본 개념과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다양한 법칙, 그리고 민주주의의 역사 등이다. 하지만 교과서는 기초적인 설명으로 정치 전반에 대한 개념을 설명하는 데 그친다. 그러다 보니 학생들이 현실 정치에 대한 관심을 갖기 어렵고, 재미없고 지루한 과목으로 인식하기 십상이다. 2015년 수능에 지원한 64만여 명 중 '법과 정치' 과목을 선택한 학생은 3%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이러한 현실을 보여주는 결과이다. 어린이와 청소년이 정치에 직접 참여하는 일은 중요하다. 참여해 보면 정치에 대한 이해가 늘고, 그 자체가 민주주의를 건강하게 하는 민주 시민적 실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 청소년들은 학교 안 자치기구를 꾸리는 것 정도밖에는 정치에 참여할 기회를 갖기 어렵다.
우리나라와는 달리 살아있는 민주주의 교육을 하는 나라가 있다. 2014년 국회의원 선거에서 투표율 85.8%를 기록한 스웨덴은 정치 교육은 이르면 이를수록 좋다고 말한다. 이곳의 아이들은 유치원 때부터 민주주의와 투표의 개념을 배우고, 초등학생이 되면 정당의 역사와 철학을 배운다. 그리고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과 그 이유에 대해서 토론하는 수업을 진행하기도 한다. 이를 통해 아이들은 민주주의 사회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체험하고, 나아가 더 살기 좋은 사회를 위해 참여하는 법에 대해 알아간다는 것이다. 이번 달에 대선을 치른 미국도 민주주의 교육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5세 때부터 투표를 가르치고, 대통령 선거 때마다 학생들을 대상으로 선거인 등록부터 투표와 개표 과정을 실제와 가깝게 치르는 모의 선거를 진행한다. 이 모의 선거 결과는 실제 결과의 예상 지표가 되는데, 이 과정을 통해 '시민에 의한 권력'인 민주주의를 실제로 이해할 수 있다.
어린이 참교육 실천을 위해 애쓴 교육자 이오덕은 민주주의는 '함께 살아가기'라고 한다. 그리고 함께 살아가는 마음을 아이들이 몸으로 익혀야 한다고 했다. 돈과 권력을 가진 사람만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세상, 나 혼자 잘 살면 그만이라는 사회 속에서 교육이 나서서 모든 사람이 평등하고 고귀하다는 것을 아이들에게 가르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통해 평범한 시민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진정한 민주주의가 올 것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이오덕은 이러한 교육법은 특별한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아이들은 다른 사람의 고통을 자신의 아픔처럼 여기는 순수한 마음을 지니고 있으므로 교육이 아이들의 이 마음을 귀한 것이라고 말해 주고 그것을 지키도록 도와주면 자연스럽게 민주주의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것, 그것을 어른들의 잣대로 판단하거나 비판하지 않는 것, 이를 통해 아이들이 자신의 주장을 소중하게 생각한다면 함께 살아가는 민주주의의 길은 한 걸음 더 다가오지 않을까. 우리의 일상 속에서 살아 숨 쉬는 민주주의의 삶을 꿈꿔본다.
정다은
인디고서원 어린이교육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