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최순실 지시 담긴 비서관 녹음 파일은 알고 있다
검찰이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구속)과 최순실 씨의 통화내용을 녹음한 휴대전화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 휴대전화는 최 씨가 지난해 말까지 국정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국무회의에 관여한 정황을 담고 있다고 한다. 이것이 사실이면 최순실 씨의 국정농단을 보여 주는 결정적인 증거가 될 공산이 크다. 최 씨는 사실대로 털어놓고 국민의 용서를 구하길 바란다.
최 씨는 각종 현안에 대한 자신의 요구를 정 전 비서관에게 휴대전화로 지시한 것으로 보인다. 정 전 비서관에 대한 압수수색에서 확보된 이 휴대전화의 녹음파일을 분석한 결과라고 한다. 휴대전화 녹음파일에는 최 씨가 지시하고 정 전 비서관이 지시에 따르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최 씨는 대통령 연설문을 고쳐 주는 정도를 넘어 청와대 비서관을 마음대로 부릴 정도의 위세를 가졌던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대통령 행세를 한 것으로 해석된다는 것이 다수의 판단이다. 믿기지 않는 일이다.
정 전 비서관은 여러 대의 휴대전화를 바꾸어 가며 사용했는데 최 씨와의 대화가 담긴 것은 2대다. 한두 대도 아니고 여러 대의 휴대전화를 바꿔 가며 정당한 일, 합법적인 일을 했을 리는 만무하다. 청와대의 핵심조직이 마치 범죄집단처럼 여겨진다. 어쨌든 녹음파일을 복구하면 국정농단과 재단 기금 불법모금의 전모가 드러날 것이다. 국정 개입과 불법모금이 박 대통령의 지시에 의한 것인지, 대통령과 관계없는 일부 인사의 일탈인지 판단하는 일이 빨라질 것으로 기대된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의 경우 검찰수사가 납득이 가지 않는다. '봐주기 수사' '늑장 수사' 논란의 중심에 섰던 그는 검찰에서 팔짱을 끼고 웃는 모습이 보도되면서 공분을 사기도 했다. 검찰은 업무상 횡령 등의 혐의로만 불구속 기소하려다 여론이 악화되자 우 전 수석에 대해 직무유기 의혹을 조사한다는 오해를 자초했다. 우 전 수석은 사정라인을 총괄하면서 사태가 이 지경이 되도록 몰랐을 리 없다. 검찰이 불신당하지 않으려면 우 전 수석에게 더욱 엄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