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단상] 청년이 흘린 땀 공정하게 평가하는 사회가 돼야
/김상훈 독자여론부 차장
부산·경남지역 대학생이 주축으로 구성된 시민기자 멘토를 담당하다 보니 그들이 보내준 기사와 칼럼을 자주 읽는다. 20대 초·중반인 그들의 글을 통해 젊은 층의 관심사, 고민, 트렌드를 접하게 된다.
최근 대학생 A 씨가 보낸 글이 마음을 먹먹하게 했다. 그에게 '대학의 낭만'은 사치였다. 신입생 때부터 학점을 잘 받기 위해 공부를 열심히 했다. 2학년 때는 스펙을 쌓기 위해 각종 대외활동을 하고 공모전까지 나서며 치열하게 보냈다. 3학년이 되어서는 더 정신을 바짝 차리며 학원과 학교를 바쁘게 오갔다. 올해 4학년인 A 씨는 대학 시절 4년을 돌이켜보면 행복한 적이 없었다고 고백했다. 취업 시즌인 요즘 어딜 가나 '취준생'들의 한숨 소리만 들린다고 했다. 경제 불안과 '청년 고용 절벽'의 암울한 현실에 내던져진 청춘의 가슴 아픈 자화상이었다.
대학 4학년인 시민기자 B 씨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그 역시 자격증 공부, 학교 성적 관리, 현장 실습 등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면서도 스펙이 부족하지 않을까 항상 걱정한다. 심지어 일과를 마친 저녁 시간에도 스펙을 위한 활동을 하지 않으면 항상 막연한 불안감을 느낀다.
무한경쟁 현실에서 젊음과 낭만을 저당 잡힌 채 살아야 하는 청춘의 고단한 일상은 이것만이 아니다. 그들은 학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면서도 절망적 상황을 맞닥뜨리기도 한다.
시민기자 대학생 C 씨는 프랜차이즈 빵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그는 당장 그만두고 싶은 충동을 여러 차례 느꼈다. 계산이 좀 늦으면 '빨리 하라'고 다그치거나 음료가 조금 늦게 나온다고 다짜고짜 화를 내는 손님이 있기 때문이다. 손님의 갑질을 겪으며 그의 마음은 서러움과 슬픔으로 물들어 갔다.
대학생인 이들이 전한 소식은 대한민국 다수 청년이 접하는 현실이리라. 혹독한 취업난에 내몰리며 팍팍한 삶을 견뎌 온 청년들이 '최순실 국정농단'에 대해 거센 분노의 목소리를 표출하고 있다.
지난 5일 부산을 비롯해 전국에서 대학생 시국대회가 열리며 사회 현안에 대한 청년의 육성을 생생하게 들려줬다. 특히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의 입시 부정과 학사 관리 특혜 의혹은 이들의 분노를 일으키는 데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청년들은 열심히 노력하면 삶이 조금 더 나아질 거라는 희망을 안고 치열한 나날을 버텨 왔다. 그러나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는 특혜를 받는 누군가에게 항상 뒤처질 수밖에 없다는 절망감을 이들에게 안겨줬다. 또 그들의 삶과 노력이 부정당하는 느낌을 줬을 테다. 청년의 분노 표출 이면에는 '더는 가만히 있다간 현실은 바뀌지 않는다'는 공감대가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반영하듯 최근 한 여론조사 기관에서 발표한 박 대통령에 대한 2030세대 지지율은 1%였다. 공정한 사회 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면서 청년의 상실감은 깊어졌다. 청년의 아픈 마음을 어루만지고 그들이 흘린 땀과 노력을 정당하게 평가·보상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nea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