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국정농단] 속도 내는 검찰 수사
'왕수석'까지 구속, 다음 수순은 대통령 '역할' 규명
'최순실(60·최서원으로 개명)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최 씨에 이어 '왕수석' 안종범(57)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과 '문고리' 권력 정호성(47)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을 구속하면서 수사는 박근혜 대통령의 역할을 규명하는 수순이 됐다. 최 씨의 최측근인 '문화계 황태자' 차은택(47) 씨와 최 씨의 조카 장시호(38·개명 전 장유진) 씨에 대한 수사도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안종범·정호성 6일 동시 구속
대통령 지시 여부 집중 조사
대기업 총수 7명 독대 기록 확보
崔 측근 이권 개입 정황 속속 확인
차은택·장시호, 재산 처분 나선 듯
범죄수익 자산 동결 조치 서둘러야
■구속 수사에서 드러날 대통령 역할은
검찰은 6일 이날 새벽 구속한 안 전 수석과 정 전 비서관을 상대로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모금과 청와대 대외비 문서 유출에 박 대통령의 지시나 대통령 보고가 있었는지를 집중적으로 조사했다. 박 대통령이 지난 4일 대국민 담화에서 검찰 조사를 수용하겠다고 밝혀 두 사람의 진술에 따라 대통령 조사 시점과 방식이 결정될 가능성이 커졌다.
검찰은 안 전 수석이 최 씨와 상의 없이 대기업들로부터 800억 원에 가까운 재단 출연금 모금을 강요한 이면에 박 대통령이 있었을 것으로 의심한다. 검찰은 안 전 수석과 최 씨가 직접 교류한 증거를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지만, 두 사람을 공범으로 구속했다. 이에 따라 검찰이 박 대통령과 최 씨가 먼저 재단 설립을 논의하고, 박 대통령이 안 전 수석에게 모금을 지시한 구조라고 보고 수사 중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박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에서 재단 관련 의혹에 대해 기업들이 국익을 위해 선의로 도왔고, 이 과정에서 개인의 위법 행위가 있었다고 표현했다. 그러나 검찰은 지난해 7월 박 대통령이 대기업 총수 청와대 오찬 간담회 이후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LG 등 총수 7명을 독대해 직접 재단 추가 출연을 요청한 기록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 전 수석도 이 시기 전경련에 '청와대 지시'라며 추가 모금을 요청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정 전 비서관의 청와대 문건 유출 수사에서도 대통령의 지시 여부가 관건이다. 검찰은 지난달 29일 정 전 비서관 자택에서 압수한 휴대전화 2대에서 최 씨와 정 전 비서관의 통화내용이 녹음된 육성 파일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이미 일부 연설문 등에 최 씨의 도움을 받은 것을 시인했다.
■최 씨 측근 의혹 눈덩이… 부동산 급매물로
최 씨의 측근들이 각종 이권을 독식한 정황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차은택 씨는 자신과 함께 일했던 KT 이 모 전무를 앞세워 KT로부터 광고 일감을 몰아서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장시호 씨가 설립한 스포츠 매니지먼트 회사 '더스포츠엠'은 올 6월 설립 3개월 만에 최 씨가 사실상 소유한 K스포츠재단이 주최하고 문화체육관광부 등이 후원한 국제 스포츠행사 진행을 맡아 특혜 논란이 일었다.
검찰 수사망이 좁혀오자 차 씨와 장 씨가 서울 강남과 제주도의 부동산을 급매물로 내놓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들이 자산을 빼돌리려 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검찰이 이들의 신병을 빨리 확보하고, 범죄수익 추징보전 같은 자산 동결 조치를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한편 최 씨와 딸 정유라(20) 씨가 독일에 설립한 코레스포츠의 초기 공동대표를 지낸 현지 지역 승마협회장 쿠이퍼스 씨의 진술이 SBS를 통해 보도됐다. 삼성이 코레스포츠에 35억 원을 지원하는 이유에 대해 최 씨 측이 '박 대통령이 정유라 씨를 아낀다'는 취지로 말했다는 내용이다. 독일 경찰도 삼성과 최 씨 측 사업 관련 자료를 확보하고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혜규 기자 iwil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