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대선 주자들의 '최순실' 대응법] 문재인 "2선 퇴진" 신중론… 안철수 "즉각 하야" 강경론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좀처럼 식지 않으면서, 야권 대선 주자들의 셈법이 나날이 복잡해지고 있다. 정권 비리 게이트가 야권 전체의 정치적 호재이지만, 대선 주자들에겐 또 다른 변수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특히 야당 대선 주자들은 '선명성'과 '외연 확장' 중 선택을 해야 할 처지에 직면했다. 정권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여 지지 기반을 견고하게 다질지, 차분한 대응으로 중도층을 껴안을지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다.
안철수·박원순·이재명
정권 비판해 지지층 결집 노리고
문재인·안희정·김부겸·손학규
차분한 대응 중도층 껴안기 나서
■유력 주자 2인의 뚜렷한 대응 차이
유력 대선 주자인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탄핵 대신 '2선 퇴진'을 주장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헌정 중단 사태만은 막아야 한다"는 신중론을 내세우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하야나 탄핵으로 조기에 대선이 치러지면, 가장 유리한 주자가 문 전 대표라고 분석하기도 한다. 하지만 조기 대선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데다, 강경한 발언이 자칫 표 확장의 한계로 이어질 수도 있다. 또 신중한 모습으로 '관리형 리더'의 모습을 보이겠다는 게 문 전 대표 측의 의도로 알려져 있다.
반면 또 다른 유력 대선 주자인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는 박 대통령의 즉각 하야를 요구하고 있다. 온·오프라인 상의 박 대통령 퇴진 촉구 서명운동을 제안하기도 했다. 2012년 대선 당시에 비해 지지율이 많이 떨어진 만큼 강경한 메시지로 주목을 받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또 야권 주자 중 비교적 보수적이라는 평가를 받아온 만큼, 이를 만회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잠룡'들의 입장도 각양각색
잠룡들도 선명한 입장 차이가 난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재명 성남시장은 탄핵·하야 등의 강경한 메시지를 연일 던지고 있다. 박 시장의 경우 신중한 태도를 견지하고 있는 문 전 대표와의 차별성을 나타내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또 최순실 게이트 이전부터 선명성을 부각했던 이 시장은 최근 지지율이 급상승하고 있어, 이 기조를 계속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안희정 충남지사와 민주당 김부겸 의원은 신중한 태도를 이어가고 있다. 안 지사는 탄핵·하야 대신 2선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충남지사를 맡으면서 안정적인 행정가로서 주목을 받았던 만큼, 지금까지의 자세를 고수하는 것으로 읽힌다.
김 의원은 대구가 지역구인 만큼, 박 대통령 문제에 신중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김 의원 측은 "김 의원의 정치철학은 정치는 깨부수고 운동하는 게 아니라 최종적으로 국정에 책임을 진다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민주당을 탈당한 손학규 민주당 전 대표는 박 대통령의 거취 문제보다 안정적인 정국 관리를 강조하고 있다. 최순실 게이트로 자신의 정계 복귀가 퇴색했지만 이 사태를 활용해 '개헌'과 '새판 짜기' 등 정치적 지형을 바꿔 대권의 기회를 얻으려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김백상 기자 k103@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