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박 대통령 '2선 후퇴' 선언만이 여론반전 해법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4일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 대국민 담화 형식을 빌려 사과했지만 이반한 민심을 되돌리기엔 역부족이다. 박 대통령은 최순실 씨 문제로 지난달 25일에 이어 열흘 만에 다시 국민 앞에 머리를 조아렸다. 박 대통령은 야당이 요구해 온 검찰 수사에 성실하게 임하고 특검을 수용할 뜻도 밝혔다. 하지만 민심은 싸늘하기만 하다. 전국적으로 뜨겁게 타오른 주말 집회 규모만 봐도 분노의 게이지를 읽을 수 있다.
야당들도 일제히 대통령의 사과 담화를 평가절하하고 투쟁 강도를 높이고 있다. 박 대통령의 사과가 상당히 진일보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적 신뢰를 얻지 못하는 것은 '진정성'에 대한 의구심 탓이다. 박 대통령은 담화에서 거국중립내각이나 책임총리, 무엇보다 자신의 거취에 대해서 일언반구도 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국민들은 "대통령이 사안의 심각성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반응을 보이며 국면전환 후 국정 주도권을 계속 갖겠다는 의도로 의심하고 있다.
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11월 첫째 주 박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는 5%로, 1997년 12월 외환위기 당시 김영삼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6%)보다 더 낮은 사상 최저를 기록했다. 사실상 국민의 탄핵을 받았다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박 대통령은 권한·권력에 대한 욕심과 집착을 내려놓는 것만이 임기 후반을 보장받는 길임을 인식해야 한다. 무엇보다 2선 후퇴를 국민들에게 약속할 필요가 있다. 자신은 외교안보 등 외치만 맡고 내치는 책임총리에 일임하는 것이다. 조속히 영수회담을 열어 정치권과 교감을 이루는 것도 화급하다.
정치는 '타이밍의 예술'이라고 하지 않는가. 박 대통령은 더 머뭇거리거나 민심에 역주행한다면 걷잡을 수 없는 사태가 초래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한광옥 비서실장 등 청와대 참모들은 부글부글 끓고 있는 분노의 민심을 대통령에게 정확히 전달할 책무가 있다. 집권당인 새누리당도 친박·비박으로 찢어져 싸움질만 할 게 아니라 일신한 모습으로 정국 정상화에 나서야 한다. 야당들도 전제조건 관철만 고집하지 말고 대통령을 직접 만나 요구하고 타협하는 성숙한 정치력을 보여 줄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