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협조 기대 어렵다"… 박 대통령 '마이웨이' 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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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광옥(가운데) 신임 대통령 비서실장이 3일 청와대 출입기자와 인사하기 위해 허원제(오른쪽) 신임 정무수석과 함께 육동인(왼쪽) 춘추관장의 안내를 받아 춘추관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운영의 양대 축인 청와대 비서실장 및 국무총리 인선과 대국민담화를 통해 난국을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전날 국무총리에 친노(친노무현) 핵심 인사인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을 임명한데 이어 3일 청와대 비서실장에 'DJ(김대중 전 대통령)맨'인 한광옥 국민대통합위원장을 앉혔다. 여권 핵심 포스트에 자신과 정치적으로 대척점에 있던 인사들을 전면에 포진시킨 것이다.

'친노' 총리·'DJ맨' 비서실장 
정치적 대척점 인사 전면에 
각 분야 전문가로 후속 인사 
난국 정면돌파 의지 담겨

신임 한광옥 청와대 비서실장은 '김대중 청와대'에서 비서실장을 지냈다. 2명의 대통령을, 그것도 정치 성향이 전혀 다른 정부에서 청와대 비서실장을 2번 맡은 것은 한 실장이 처음이다. 18대 대선 과정에서 박근혜 캠프에 합류해 중앙선대위 수석부위원장과 대통령직인수위 국민대통합위원장을 역임했지만 '골수 김대중맨'으로 분류된다. 청와대 핵심요직인 비서실장에 정치성향이 다르거나 지역기반이 상반되는 인사를 임명하는 것은 드문 일이다. 박 대통령이 김기춘·허태열 등 PK(부산·울산·경남) 출신이나 이원종 전 실장처럼 충청 출신을 청와대 핵심 요직에 중용한 것도 비서실장 자리가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한 실장은 이날 청와대 춘추관을 찾아 "최순실 사건에 대해 추후도 국민이 의심이 없도록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국무총리와 비서실장을 제외한 나머지 인사에서도 박 대통령의 향후 국정운영 방향을 알 수 있다는 분석이다. 출신 성향이나 친소관계를 따지지 않고 각 분야의 전문가를 전진 배치해 현재의 위기상황을 타개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경제부총리에 임명된 임종룡(호남) 금융위원장이나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기용된 최재경(경남 산청) 변호사가 대표적이다.

또 부산고를 나온 허원제 신임 정무수석은 부산일보와 KBS 기자, SBS 정치부장, 비서실장(이사) 등을 지낸 언론인 출신이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캠프 방송단장을 지내 원조 친박(친박근혜)으로 분류되며, 18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여야를 넘나드는 폭넓은 인맥이 장점이다.

이처럼 박 대통령이 노무현(김병준) 김대중(한광옥) 사람을 전진 배치하고, 각 분야의 전문가를 대폭 기용한 것은 남은 임기동안 국정을 사심없이 운영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는게 청와대측의 설명이다.

정치권과 사전 협의 없는 일방적 인사발표에 야권이 강력 반발하고 있는 것과 관련 청와대 관계자는 "현재 정치권의 움직임을 볼 때 박 대통령이 야권에 협조를 요청한다고 해도 원만한 합의를 도출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했다.

이르면 4일 발표할 예정인 대국민담화를 통해서도 박 대통령은 '책임총리제'를 확실하게 실현하고, 본인은  외교·안보에 전념하겠다는 구상을 내놓음으로써 난국에 봉착한 정국을 돌파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할 것으로 보인다.

 권기택 기자 kt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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