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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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6㎡. 2평이 채 안 된다. 가로 2m 세로 3m가 조금 넘는 정도다. 바로 서울구치소의 독방 면적이다. 비선 실세로 국정을 농단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최순실 씨가 1일부터 여기에 수감돼 있다.

통상 독방으로 불리지만 정식 명칭은 독거실. 좁기는 하지만 그래도 12㎡ 정도에 6명 내외가 수용되는 혼거실이나 3.3㎡도 안 되는 공간에 2∼3명이 들어가기도 하는 징벌방에 비하면 구치소 안에서는 '호텔급'이다. 전기 열선이 들어간 난방 패널 바닥에 접이식 매트리스와 밥상으로도 쓰는 책상, 관물대, 세면대와 수세식 변기, TV 등이 갖춰져 있다. 비리와 부패 등 혐의로 수사를 받은 정치인이나 재벌 총수 등 많은 거물급 인사들이 구치소 독방을 거쳐 갔다. 소위 '범털'에 대한 특혜가 아니냐는 논란이 있지만, 타 수감자의 위해 가능성을 고려해 독방을 배정했다는 게 구치소 측의 설명이다.

최 씨는 부동산 재벌로 알려져 있다. 독일 체류 중에는 3성급 호텔 하나를 매입해 통째로 사용하기도 했고, 그 외에 단독주택도 여러 채 구입했다. 독일에서 구입한 부동산만 해도 수십억 원대에 이른다. 서울 강남의 시가 200억 원대 빌딩을 소유하고 있으며, 독일 도피 직전 머물렀던 서울 강남의 최고급 주상복합 레지던스는 100평이 훨씬 넘는다.

구치소에서는 구치소가 제공하는 음식을 혼자 방에서 먹어야 한다. 식비는 1400원 정도. 다 먹고 난 다음에는 식판과 수저를 세면대에서 직접 씻어 반납하도록 돼 있다. 독일 체류 때 최 씨 모녀의 한 달 생활비는 말 관리비 등을 포함해 1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됐다. 덴마크의 한 레스토랑에서는 한 끼에 80만 원짜리 식사를 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최 씨에 대해 검찰이 2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구속이 결정되면 최 씨는 당분간 독방에서 지내야 한다. 검찰 출두 전날에도 호텔에 묵었고, 검찰에 출두하면서도 수십만 원짜리 명품 신발을 신었던 최 씨가 독방에서 식판을 씻으며 어떤 생각을 하는지 궁금하다. 그런 최 씨가 독방에서 읽었으면 하는 책이 하나 있다. 대문호 톨스토이의 단편소설 '사람에게는 얼마나 많은 땅이 필요한가'이다. 욕심은 자신을 망칠 뿐이며, 아무리 욕심을 부려 봐야 사람이 차지할 수 있는 땅은 결국 죽은 다음 몸뚱이 하나를 누일 곳이라고 이 소설은 말하고 있다. 유명준 논설위원 joon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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