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사적 소통과 민심 불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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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태섭 경제부 재테크팀장

'세상에는 두 가지 큰 저울이 있다. 옳은 것과 그른 것(시비)이라는 저울, 이익과 손해(이해)라는 저울이다. 이 두 가지 큰 저울에서 네 가지 등급이 생겨난다. 옳은 것을 지키면서 이익도 얻는 게 제일 고급이다. 그다음은 옳은 것을 지키다가 해를 입는 것이고, 그다음이 그른 것을 추구해 이익을 얻는 것이다. 최하급이 그른 것을 추구하다가 해를 입는 것이다.' 1816년 어느 날 조선후기 실학자 다산 정약용이 아들 연에게 보낸 편지의 한 대목이다.

2016년 11월의 대한민국이 참담하다. '최순실 게이트'는 끝이 안 보인다. 사적 권력이 공적 권력을 조롱한 현실 앞에 국민은 허탈하다. 청와대가 사태 수습용으로 내놓는 답변과 대응도 민심과 멀다. 시비 저울과 이해 저울로 매기자면 최하급이다. 한때 청와대 수석 자리에 앉았던 인사들도 달리 보이지 않는다. 저마다 박근혜 대통령을 오랫동안 독대 못 했단다. 그들이 행간을 통해 던지는 메시지는 선명하다. 우리는 최순실을 모른다. 그러나 국민은 그들의 진정성 또한 믿지 않는다. 이면에 둔 그들의 이해 저울이 보여서다.

민심 읽지 않고 사적 소통 의존
예견된 파국에 국민 참담
부동산 정책도 불통 진행 중
뛰는 집값에 좌절하는 서민층

"민심을 읽는 대신 사적 소통에 의지한 정권의 말로"라는 한 정치평론가의 총평이 어디 그만의 유별난 생각일까.

불통은 박근혜 정권에서 유독 회자됐고, 회자되는 단어다. 2일 발표된 개각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거국중립내각을 두고 여야가 논란 중인데 국무총리와 경제부총리를 바꿔 버렸다. 야권뿐 아니라 새누리당 일각에서도 반발이 거세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당장 "국민 우롱"을 성토하며 긴급 성명을 내놨다.

이런 불통은 현 정부 부동산 정책에도 유효하다. 집값이 들썩이고 분양 시장이 연일 수백 대 1을 기록하며 억 소리 나는 프리미엄이 붙는 상황에서도 정부는 계속 뜸만 들였다. 두 달 전 '8·25 부동산 대책'을 내놨지만 오히려 새 집 사라는 신호로 여겨져 집값만 또 올려놨다.

물론 정책 당국의 고민을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다.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7%에 머물렀다. 2분기 0.8%보다 떨어진 수치로 4분기 연속 0%대 성장률을 기록했다. 경기 침체 장기화로 저성장 그림자가 갈수록 짙어진다. 이 속에서 그나마 한국 경제를 받치는 게 주택건설경기니 섣불리 규제책을 내놓기 힘들 수 있다.

하지만 집이 돈 버는 상품으로 둔갑한 현실에 집 없는 서민층은 좌절한다. 새 아파트값이 시세를 핑계로 계속 오르니 아무리 저금리 시대라도 집 살 엄두가 안 난다.

"공급과 수요 측면의 집값 안정화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분양가 상한제 재도입과 전매 제한을 검토해야 한다." 이 같은 부동산학계의 공통된 목소리는 민심이기도 하다.

분양가 상한제는 공급 측면 규제책이다. 건설사가 집값을 합리적인 수준에 책정토록 유도하는 효과가 있다. 공공재 성격의 주택 가격에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함의가 깔린 제도다. 2005년 3월 시행된 분양가 상한제는 지난해 4월 폐지됐고 이후 집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파장은 거기서 머물지 않았다. 족쇄 풀린 새 아파트값은 기존 아파트에도 영향을 미쳐 전체 집값이 뛰는 중이다. 공공택지에 사람이 몰리는 풍선효과도 나타났다. 공공택지는 여전히 분양가 상한제 대상이어서다. 전매 제한은 수요 측면의 규제책으로 꼽힌다. 과도한 투기 수요를 차단하는 가장 실질적인 정책이다. 현행 전매 제한은 수도권에선 6개월간, 택지개발지역에선 1년간이다. 그 외에는 전매 제한이 없다.

3일 국토교통부가 또 하나의 부동산 대책을 발표한다. 시장 과열을 잡을 고강도 방안이 나온다는 관측이 적잖다. 이번엔 국토부의 시비 저울과 이해 저울이 어떻게 움직일지 지켜보자.

tsl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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