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국정농단] SK텔레콤-CJ헬로비전 합병 무산도 비선 실세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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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선 실세가 국정을 농단한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가 전국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가운데, 지난 7월 무산된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인수·합병 건도 비선 실세의 영향에 의한 것이라는 의혹이 불거졌다. SK그룹이 K스포츠재단의 투자 요구를 거절한 시점을 전후해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인수·합병에 대한 정부 심사의 기류도 돌연 부정적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이같은 의혹은 정현식 전 K스포츠재단 사무총장과 SK그룹 대관 담당 박모 전무의 진술에서 비롯됐다. 정 전 사무총장은 지난달 말 언론 인터뷰를 통해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과 최순실 씨의 지시로 지난 2월 29일부터 4월 20일까지 SK그룹에 세 차례 찾아가 80억 원의 투자를 요구했으나 SK그룹이 30억 원을 역제안했고, 최순실 씨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아 무산됐다"고 밝혔다. 또한 당시 정 전 사무총장과 수차례 만나 의견을 나눈 SK그룹 박 전무 역시 지난달 말 검찰 특별수사본부 소환 조사에서 이를 부인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의 말이 진실이라면, SK그룹의 K스포츠재단 투자가 최종 무산된 것은 SK텔레콤이 공정거래위원회에 CJ헬로비전과의 기업결합 허용을 요청한 지 140일째 되던 날이다. 당시 SK텔레콤의 요청은 '조건부 허용'이 유력했지만, 이후 심사가 차일피일 미뤄지다 7월 4일이 돼서야 불허로 전격 결론이 났다.

공교롭게도 SK텔레콤의 인수·합병 저지에 사활을 걸었던 경쟁사 KT에는 차은택 씨와 친한 것으로 알려진 이동수 씨가 본부장(전무)으로 재직하고 있었고, 올해 2∼9월 KT는 차 씨에게 영상 광고 6건의 연출을 맡기기도 했다. 7월 말 KT가 승마, 경마 등 말 산업에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하겠다며 한국마사회와 계약을 체결했고, 황창규 회장이 직접 현명관 마사회 회장과 만난 사실도 뒤늦게 눈길을 끈다.

물론 이상의 의혹을 뒷받침할 구체적 물증은 없다. 그러나 많은 합리적인 의혹들이 계속 사실로 밝혀지고 있는 현 상황에서, 이번 의혹 역시 검찰이 수사를 통해 단순한 '오비이락'인지, 아니면 실제로 비선 실세가 SK텔레콤의 인수·합병 건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끼쳤는지 사실 여부를 밝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이동통신업계 관계자는 "최근 일련의 사태를 지켜보면서 지난 7월 공정위의 이례적인 불허 조치 배경에도 뭔가 있었던 것 아닌가 곱씹어보게 된다"며 "비선 실세가 개입했을 개연성에 대해 좀 더 조사할 필요성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김종열 기자 bell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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