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여야, 이해타산 버리고 거국내각 협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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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로 인한 국정 공백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한 자릿수로 떨어지면서 대통령 리더십이 사실상 작동불능 상태에 빠졌지만 뾰족한 대안이 나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으로선 '문고리 3인방' 등 수족들을 모두 잘라낸 처지여서 당분간 국정 동력 회복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경제, 외교안보, 새해예산 등 산적한 국가적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특단의 조치가 나와야 한다.

국가적 위기 상황에선 권력의 한 축인 국회가 중심을 잡고 실마리를 찾아가야 마땅하다. 하지만 작금의 여야 행태를 보면 국민적 여망과는 거리가 멀다. 서로 눈치를 보거나 관망하면서 정치적 손익을 따지기에 급급한 모습이다. 더불어민주당만 하더라도 당초 거국중립내각 구성을 주장하다가 여당이 이를 수용하자 뒤늦게 딴소리를 하며 강경투쟁으로 선회했다. 야3당은 어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국정조사와 별도특검 추진에만 합의했을 뿐 중립내각 문제는 보류했다.

여당인 새누리당 내부는 더욱 가관이다. 친박(박근혜계)과 비박으로 급속히 분화하며 구심점을 상실하고 있다. 친박이든 비박이든 집권당으로서 국민 앞에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할 판에 정치적 유불리만 따지며 서로 입질을 해대고 있다. 이정현 대표 등 현 지도부에 대한 사퇴 요구가 비등하고 있지만 이 대표는 이를 거부하고 있다. 비박계를 중심으로 의총 소집 요구서가 제출돼 오늘 중 의총이 열릴 것으로 보이나 뚜렷한 사태 수습책이 나올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여든 야든 벌써부터 내년 대선을 염두에 두고 사태를 호도하거나 악용하려고 해서는 되레 역풍을 맞기 십상이다. 여야는 구국의 자세로 거국중립내각 구성에 머리를 맞대는 게 합리적 자세이다. 야당은 진상 규명이 먼저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진상 규명과 국정 수습은 선후가 아닌 양립의 문제이다. 거국중립내각 구성 후에도 진상 규명은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여당도 야당을 놔둔 채 서둘러 총리 후보를 건의하는 모습은 상식에 어긋난다. 겸허한 자세로 야당의 협조를 구하는 게 도리이다. 여야 협치의 리더십으로 난국을 타개해 가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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