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몸싸움에 오물까지… 檢 청사 '아수라장'

31일 '국정 농단'의 핵심 인물인 최순실 씨의 검찰 출두 현장은 분노한 민심, 기습 시위로 아수라장이 됐다.

이날 오후 2시 58분께 검은색 에쿠스 승용차에서 내린 최 씨는 두꺼운 코트에 벙거지 모자를 쓰고, 목에 목도리를 두른 채 나타났다. 최 씨가 등장하는 순간 취재진 사이사이로 자리를 잡고 있던 일부 시위대가 피켓을 펼치고 쏟아져 나와 '최순실 구속, 박근혜 하야'를 외쳤다. 최 씨는 결국 취재진, 시위대, 검찰 관계자 등에게 짓눌려 헝클어진 채로 엘리베이터에 겨우 몸을 실었다. 최 씨의 머리는 마구 뒤엉켰고, 얼굴은 뻘겋게 상기된 채였다.

취재진·시위대 뒤엉켜 혼란
벗겨진 명품 프라다 신발 화제
저녁 때 곰탕 한 그릇 다 비워

이 와중에 최 씨가 인파를 뚫고 청사에 들어가는 과정에서 검은색 명품 프라다 신발 한 짝이 벗겨지기도 했다. 72만 원 상당의 이 신발은 순식간에 인터넷에 화제가 됐다. 포토라인도 무너져 당초 예정된 문답도 무산됐다. 이날 서울중앙지검 앞에 모인 취재진은 경찰 추산으로만 300명에 달했다.

시위하는 시민과 기자단을 거치면서 청사 안으로 들어온 최 씨에게서 안경과 모자가 보이지 않는다.

최 씨가 청사에 들어가고 약 20분 후 '시녀 검찰 해체하라'고 적힌 손피켓을 든 중년 남성이 "최순실 안 잡고 시간 끈 이유가 뭐냐"고 격렬히 항의하며 오물통을 들고 청사에 난입하려다 보안 요원에 제지당했다. 이 남성과 보안 요원이 몸싸움을 벌이다 오물통이 바닥에 떨어져 검찰 청사 입구에 오물이 뿌려지기도 했다.

검찰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는 출두 당시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뜨겁게 달궜다. '사안이 급박한 중요 피의자를 이틀이나 법 집행을 안 하고 방치한 것은 검찰의 명백한 직무유기' '아직도 특혜선상에 특별대우인가, 일반인이라면 공항에서 압송됐을 것' '최순실은 북한 간첩보다도 더 심각한 내란을 일으킨 주범인데도 검찰은 제대로 행동을 하지 않고 있다'는 등의 글이 쇄도했다.

벗겨진 프라다 신발 한 짝.

이날 부산 시민 대다수는 일과 중에도 최 씨가 출두하는 모습을 TV 생중계로 지켜보거나 인터넷을 통해 챙겨보며 분노를 금치 못했다.

한편 이날 검찰은 심장이 좋지 않고 공황장애가 있어 약을 먹어야 한다는 최 씨 측 요청에 따라 변호사 입회 상태에서 약을 먹게 하고 있다. 최 씨는 저녁 식사로 근처 식당에서 배달된 곰탕 한 그릇을 거의 다 비운 것으로 전해졌다.

 김 형·민소영·조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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