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치권, 성난 민심 붙잡을 초당적 구상 내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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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지금 여론은 바짝 마른 장작처럼 불길이 닿기만 하면 발화할 것만 같다. 당장 최순실 씨의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책임을 지라고 요구하고 있다. 지금까지 밝혀진 것만해도 탄핵감이라는 주장이다. 이 같은 국민적 저항의 맨 앞에는 대학이 있다. 그런데 여론의 출발점에 대학 외에도 다양한 세대와 계층이 함께 있는 모습은 특기할 만하다. 시간이 갈수록 등을 돌리는 시민이 늘고 있다.

정권 퇴진 집회는 대학에서 시작되고 있다. 하지만 집회장에는 대학생 외에도 고등학생부터 50, 60대의 일반시민들도 많이 보인다. 대학에서 출발해 시민들이 뒤에 가세하는 평소 패턴이 아니다. 1960년 4·19혁명도 고려대생으로부터, 1987년 6월항쟁도 당시 대학생이었던 박종철, 이한열로부터 시작해 '넥타이 부대'로 전파되는 양상이었다.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는 무당, 호스트바, 입시 비리, 대통령 연설문 수정 등의 상식을 벗어난 일들로부터 자괴감을 느껴서다.

민심은 성명서에서도 읽힌다. 부산대 교수 300여 명은 31일 부산지역에선 처음으로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부산지역 대학생들로 구성된 시국선언단도 대통령 퇴진 10만 명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또 지난달 29일 전국에서 열린 거리행진에 시민들이 몰렸다. 시민들은 하나같이 "나라 꼴이 왜 이래"라는 답답한 심정을 토로하였다. 대통령의 모교인 서강대학교 학생들이 밝힌 '선배님, 서강의 표어를 더 이상 더럽히지 마십시오'라는 성명서는 상실감을 확인시키기에 충분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지역별로 집회를 열 예정인데 참가자가 계속 불어날 전망이다.

민심이 돌아서는 마당에 국정공백이 있어선 안 된다. 검찰의 조사와는 별도로 국가경영이 잠시도 멈추지 않으려면 거국중립내각 등 가능한 방법을 모두 동원해야 한다. 인사 쇄신도 국민에게 새로운 감동을 주어야 의미를 지닐 것이다. 초당적 정치력 외에 박 대통령에게 우회할 길은 없다. 야당도 당을 넘어서는 자세여야 한다. 민심이 기다려 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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