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국정농단] 집권당, 사상 초유의 "거국내각"… 국정 운영 스타일 바뀌나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이 30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굳은 표정으로 인적쇄신안을 발표한 뒤 취재진과 이야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순실 파문'을 계기로 현 집권세력의 대(大)개편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비등하고 있다. 거국내각 구성과 책임총리제 도입 요구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새누리당 지도부 교체론도 만만찮다. 30일 일부 청와대 참모진 개편을 계기로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운영 스타일이 바뀔 지 주목된다.

"통상적 해법으론 해결 안 돼"
與 지도부, 강력 처방 요구

靑 참모진 이어 개각 추진
사회 원로 조언 구하는 등
박 대통령 여론 수렴 박차

■여당도 거국내각 구성 요구


지금까지는 새누리당 비주류와 야권 일각에서 주로 거국중립내각 구성 요구가 많았다. 새누리당 김무성·유승민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 박원순 서울시장, 김부겸 의원,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 등 차기 주자들이 거국내각 구성 요구를 주도했다.

이 때문에 박 대통령은 거국내각 요구에 그다지 관심을 쏟지 않았다. 게다가 대통령의 임기가 1년 4개월이나 남아 있는 상황에서 거국내각이 현실성이 떨어지는데다, 구성 방식에 여야가 합의하기가 쉽지 않다. 무엇보다 대표적인 '고비용 저효율'의 상징이면서 연일 정쟁만 일삼는 정치권에 정부 구성 권한을 넘기는데 대한 비난여론도 많았다.

하지만 휴일을 계기로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다. 새누리당 최고위원들이 30일 박 대통령에게 거국내각 구성을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집권당 지도부가 거국내각 구성을 요구하고 나선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이날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박 대통령에게 여야가 동의하고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거국중립내각을 구성하라고 요구했다. 지도부는 또한 이번 사건에 책임 있는 모든 인사에 대한 대폭적인 인적 쇄신을 거듭 촉구했다. 김성원 대변인은 "(새누리당은) 이번 상황을 매우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고 전했다.

당초 '책임총리' 도입을 요구하던 새누리당이 거국내각 구성이란 강력한 처방을 내놓은 것은 이번 사태가 통상적 수준의 해법으로는 풀릴 수 없다는 데 인식을 공유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국정운영 시스템 변화 오나

박 대통령도 이번 사태를 매우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이 이날 청와대 일부 참모진을 서둘러 교체한 것은 이번 사태에 임하는 박 대통령의 태도를 알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박 대통령은 이날 최재경 전 인천지검장을 민정수석에, 배성례 전 국회대변인을 홍보수석에 임명하는 등 청와대 일부 참모진을 교체했다. 경남 산청 출신인 신임 최 수석 내정자는 검찰 재직 시 뛰어난 수사능력과 정확한 판단력으로 유명했으며 겸손하고 청렴·강직한 성품으로 조직 안팎의 두터운 신망을 받았다. 배 수석 내정자는 KBS·SBS 기자를 지낸 언론인이다.

박 대통령은 또 청와대 비서실장과 정책조정·정무수석은 물론 이재만 정호성 안봉근 비서관 등 소위 '문고리 3인방'의 사표도 수리했다. 박 대통령은 전날 새누리당 고문단을 만난 데 이어 이날은 조순 전 서울시장, 이홍구·고건 전 총리, 진념 전 부총리, 이돈희 전 교육부 장관, 이세중 변호사 등 사회 원로들을 면담했다.

이처럼 박 대통령이 청와대와 내각 개편에 박차를 가하고 사회 각 분야의 원로들의 조언을 구하고 있는 것은 여야 정치권에서 요구하고 있는 '거국내각 구성'을 수용하지 않겠다는 의지표현으로 풀이된다. 다만 '책임총리제' 도입 등 국정운영 시스템에는 상당한 변화가 예고된다. 벌써부터 김황식 전 총리와 민주당 김종인 전 대표, 박관용·김형오 전 국회의장 등이 책임총리 후보로 거론된다.

권기택 기자 ktk@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