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로세 다카시 日 반핵 운동가 "원전 부지 안까지 단층 조사 서둘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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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에 일본에서 '원자로 시한폭탄, 대지진에 떨고 있는 일본열도'라는 책을 냈습니다. 6개월 뒤 실제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해 원전이 멜트다운(원자로의 냉각장치가 정지돼 노심부가 녹아버림) 되는 '후쿠시마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그 전까지 대형 사고를 경고하며 핵발전을 중단해야 하다고 말하는 저에게 사람들은 이렇게 이야기했어요. '히로세 씨 머리가 이상해졌다'고 말이죠."

일본의 반핵운동가이자 작가인 히로세 다카시(73) 씨가 지난 28일 부산을 방문했다. 이날 오후 7시 부산YWCA에서 열린 '지진대 위의 핵발전소, 그 위험을 말하다'라는 주제의 강연을 위해서다.

1989년 '원전을 멈춰라' 발간
'후쿠시마 사태' 예견해 유명
"한국 내진기준 너무 낮다" 지적


강연 전 부산일보사를 찾은 그를 1시간 30분 동안 인터뷰했다. 그는 1989년에 낸 책 '원전을 멈춰라'에서 이미 '후쿠시마 현에 밀집된 원전이 해일 때 멜트다운 될 수도 있다'는 경고를 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경주 지진으로 한국도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점이 확실해졌습니다. 게다가 경주 지진이 바다에서 발생하는 지진보다 더 위험한 내륙형 지진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한반도 동남부에 단층이 많은데, 원전 부지 안까지 뻗어있을 수 있는 단층에 대한 조사가 시급합니다."

원전 부지에서 직하지진(단층이 상하·수직 방향으로 움직이면서 일어나는 지진)이 발생할 경우 대형 참사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게 그의 경고다.

그는 "정확한 지질조사가 전제 되어야 제대로 된 논쟁을 할 수 있다"며 "원전 사고가 나면 너나 할 것 없이 다 죽을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한수원과 전문가, 시민단체가 함께하는 공동조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 원전의 내진설계 기준이 지나치게 낮다는 점도 지적했다. "기존 한국 원전의 경우 내진 설계 기준이 0.2g(중력가속도), 새로 짓는 원전의 경우 0.3g이라고 들었습니다. 일본은 후쿠시마 지진 이후 원전 내진 기준을 최대 2.3g까지 높였습니다. 물론 일본 원전이 몇 배 더 내진설계를 했다고 해서 몇 배 더 안전해졌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일본 와세다대학교 응용화학과를 졸업한 그는 대기업 엔지니어로 일하다가 반핵운동가로 변신했다.

"현장에서 엔지니어로 일해 본 경험에 비추어 보면, 책상에 앉아 서류로 일하는 이들이 말하는 내진설계란 것도 사실 믿을 수 없습니다. 원전의 수많은 배관에 지지대를 더한 정도로 과연 사고를 피할 수 있을까요? 후쿠시마 사태 때도 지진에는 안전했던 원전이 쓰나미 탓에 사고가 났다는 게 일본 정부의 설명이지만, 다 거짓말입니다. 현장 작업원들은 지진 직후에 배관이 파손됐다고 증언하고 있습니다."

사용후핵연료 처분과 관련해서는 "청와대나 국회의사당 옆에 갖다 놓아야 한다"는 주장도 했다. 그는 "국회의원들이 매일 보면서 지나다닐 수 있는 곳, 대도시 한복판에 두는 게 윤리적으로도 맞고 그래야 감시도 잘 된다"며 "인구가 적은 곳에 갖다 놓겠다는 발상은 안 보이는 곳에 방치하겠다는 뜻 아니냐"고 꼬집었다.

이자영 기자 2young@busan.com

사진=김병집 기자 bj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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