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나라가 어지러운데 밥상물가까지 올라서야
'최순실 게이트'로 나라가 어지러운 판에 물가까지 날개 돋친 듯 치솟아 서민 가계의 주름살이 깊어지고 있다고 한다. 이러다가 민생까지 피폐해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가 고개를 들 지경이다. 물가 당국은 이럴수록 정신을 바짝 차려 국민이 생활물가의 격랑에 휩쓸리지 않도록 단단히 중심을 잡아 나가야 한다. 허둥지둥하다가는 대한민국호가 자칫 중심을 잃고 표류할 수도 있어 비상한 각오가 필요한 때가 아닐 수 없다.
수입 쇠고기에 이어 돼지고깃값이 크게 오르면서 소비자 부담이 갈수록 커지는 추세라고 한다. 최근 중국발 돼지고기 파동 여파로 돼지고기 수입원가가 배 가까이 급등했다는 것이다. 유럽과 남미산 냉동 삼겹살의 경우 지난 4~5월에만 해도 ㎏당 4000~5000원대였지만 이달 들어 8000원대로 껑충 뛰었다고 한다. 김장철을 앞두고 배추 무 등의 가격도 전월 대비 40% 이상 급등해 김장을 포기하는 가계가 속출하고 있다 한다.
이 같은 시장 분위기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수개월째 0~1%대라는 정부의 주장과는 상당히 차이가 난다. 통계청은 지난 2~4월 1%대를 기록하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 5월 0%대로 떨어진 이후 넉 달 동안 0%대에 머물다 9월 들어 1%대로 올랐다고 발표한 바 있다. 국민이 일상적으로 맞닥뜨리는 밥상물가 혹은 체감물가와는 동떨어진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정부의 저물가 공표에도 불구하고 서민들의 장바구니 물가는 높기만 하니 이런 식이어서는 국민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가 올 3분기 생활필수품 가격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풀무원의 '국산 콩 부침용 두부'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2%나 올랐고, 비트 세제는 4.7%, 새우깡은 3.8%, 식용유는 3.3% 오르는 등 소비자 물가가 고공행진 중인 것으로 집계됐다. 통계청의 소비자물가 조사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 주는 사례가 아닐 수 없다. 당국은 현실과 거리가 먼 조사 관행에서 하루빨리 탈피해 정확한 실태 조사를 기반으로 서둘러 물가대책을 세워 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