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유일호 부총리, 집밥 요리부터 배우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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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철 부국장 겸 경제부장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임종룡 금융위원장 등 정부 고위 정책 관료들 모두가 요리를 배워야겠다. 최순실 사태로 야단법석인 마당에 무슨 홈쿠킹 운운하느냐고 어리둥절하겠지만, 요리가 대세다. 백종원 집밥 신드롬으로 불릴 만하다. 웬만한 40~50대 남자들도 TV프로그램 몇 번 보고는 '나도 요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불끈 솟기도 한다.

한때 제과제빵에 취미를 붙이면서 앞치마를 매기도 했던 시절이 있었다. 어깨너머로 '요리는 과학'이라는 걸 배웠다. 모든 것은 용량과 시간을 재는 것에서부터 시작했기 때문이다. 케이크의 재료는 간단하다. 밀가루, 계란, 버터, 설탕이 기본이다. 언제, 어떤 순서로, 얼마만큼 용량을 넣고, 시간과 불의 세기를 어떻게 할 것인가를 과학적으로 풀어 놓은 것이 다양한 케이크 레시피다. 최근 경제 현실을 보면 현 정부의 경제 수뇌부는 실물 경제라는 식재료 무게를 재고(경제 예측), 요리하고(정책 실행), 맛을 평가(정책 분석)하는 기능을 상실했다.

백종원 집밥 신드롬과 요리
제과제빵 등 기본은 과학에서
경제도 과학적인 능력 필수

조선, 한진 사태 아마추어 수준
부동산 광풍으로 서민만 천형
실력도 경륜도 없는 경제 정책


정부의 조선산업경쟁력 강화방안을 들여다보면 현 정부의 경제 기초 소양 부족이 어느 정도인지 경악스럽다. 업계에서 논의되던 '빅3' 사업개편 방안은 담기지조차 않는단다. 정부 대책이 맹탕이라는 우려마저 나오는 까닭이다.

정부 안에는 '채권단 주도로 대우조선 구조조정을 원활히 추진하고, 업계가 자발적 판단에 따라 사업재편을 추진하면 정부가 기업활력법을 활용해 지원한다'는 원론적인 의견만 담길 전망이다. 대우조선의 독자생존이 어렵다는 컨설팅업체의 평가 결과에 대해 정부는 6개월간 고민했다고 했지만, 구체적인 사업재편 언급조차 없다. 유 부총리가 아는지 모르겠지만, 경남 거제와 울산은 민심마저 흉흉하다. 현대중공업 직원들이 밀집해 있는 울산 동구 한 주민은 "이젠 누구랑 맛있는 음식 이야기를 하는 자체가 부담스럽다"고 말할 정도다.

법정관리 중인 한진해운의 '사실상 청산 과정'을 보면 억장이 무너진다. 금융정책 수장인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국가기간산업인 한진해운 사태가 국가 경제와 부산항에 미칠 파장에 대해서 과학적으로 진단할 능력이 있는지 의심스럽다.

7만t급 컨테이너선 한진셔먼호. 부산신항 가덕도 앞바다에 그림처럼 떠 있지만, 그곳은 해상 감옥이다. 배가 법원에 압류돼 한 달 가까이 갇혀 있는 선원 10여 명은 "앞이 보이지 않는다"며 불안해한다. "오대양을 항해하는 배가 멈춰선 모습이 대한민국호를 보는 듯하다"는 기업인들의 지적이 섬뜩하다. 지금도 대한민국 한진해운 소속 선원 400여 명이 이처럼 배에 묶여 있다. 밀가루와 설탕조차 구분 못 하는 아마추어 요리사의 극한을 보는 듯하다.

부산신항과 부산 중앙동 인근의 해운물류 기업들은 정부의 이런 비과학성, 아마추어리즘에 혀를 내두른다. "정부가 국가기간산업의 본질조차 모르고 있다는 것이 한진해운 사태의 핵심"이라고 입을 모은다.

조선과 한진해운 사태로 인해 부산권 조선기자재 업체, 수출기업들도 죽을 지경이다. 어떤 곳은 매출이 10~30%로까지 뚝 떨어졌다. 젖 먹던 힘으로 아프리카로 남미로 수출 오더를 확보해도, 이미 15% 이상 올라 버린 물류비를 제하면 오히려 적자다. 제 시간에 납품조차 하지 못해 페널티를 먹을 지경이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은 더욱 가관이다. 경기부양이랍시고 수없이 돈을 찍어냈지만, 대부분 부동산 광풍으로 이어졌다. 며칠 뒤 정부는 집값 급등 지역에 대한 규제 대책을 발표한다. 신문사로 해운대가 포함될지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이미 부산 해운대 집값은 일주일에 1천만 원씩 올랐다. 퇴직연금 1년 치 운용수익률 1.36%, 정기적금 이자율 2% 이하. 떡 진 머리로 둘째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기진맥진해 출근하는 맞벌이 부부들. 1년 저축 1천만 원조차 힘들다. 브레이크 없는 벤처같이 오르는 집값은 내 집 마련을 못한 모든 사람에게 천형처럼 다가온다. "내가 뭘 잘못했지. 회사를 다니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나?" 삶에 대한 자신감, 노동에 대한 의미마저 상실할 지경이다.

이것뿐이랴…. 대한민국 경제 수뇌부 어디에서도 과학적인 예측과 결과 분석, 어머니 손맛 같은 연륜 쌓인 운용경험은 찾아보기 어렵다. 이 정도면 경제 현장에서 정부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임기도 얼마 남지 않은 유 부총리, 임 위원장도 이젠 요리를 배워야 할 거다. 제발, 정해진 레시피에 따라 용량을 재고, 불 세기를 조절하고, 순서대로 재료를 썰어 넣는 과학적 요리법을 배우길 바란다. 어차피 3대 곰탕집 같은 어머니 손맛 노하우는 없을 테니깐…. pet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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