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대통령 지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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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역대 대통령들의 국정 지지율은 '전고후저(前高後低)'의 반복 패턴을 보여 왔다. 대통령 직선제가 실시된 이후 노태우 전 대통령을 필두로 역대 대통령들은 모두 임기 초에는 50% 이상의 지지율을 자랑했으나 후반기에는 일제히 고전하는 모습을 보였다.

재임 중 지지율 편차가 가장 심했던 대통령은 김영삼 전 대통령이었다. 집권 1년 차에는 금융실명제 도입, 하나회 척결 등 YS 특유의 개혁 드라이브로 지지율이 무려 83%에 달했으나 퇴임 직전인 5년 차 4분기에는 IMF 구제금융의 영향으로 6%까지 떨어졌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취임 첫해 1분기 지지율이 71%였으나 전반적으로 하락곡선을 이어가며 재임 마지막 해 4분기의 지지율은 24%에 그쳤다. 노무현 전 대통령 역시 취임 첫해 지지율이 60%까지 올랐으나 하락곡선을 지속하다 4년 차엔 12%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마지막 해엔 27%까지 반등했다.

대표적인 대통령제 국가인 미국의 대통령들 지지율도 대체로 '전고후저' 양상을 보인다. 하지만 20% 이하까지 떨어진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 '아들 부시' 대통령이 역대 최저인 22%를 기록한 적 있고 리처드 닉슨은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하야 직전 24%를 보였다. 존 F 케네디는 집권 내내 높은 지지율을 유지했다. 초기 83%까지 치솟았으며 암살당하기 2개월 전인 1963년 9월 56%를 기록했다. 최저 지지율이 50% 이하로 떨어지지 않은 유일한 대통령으로 기록됐다. 하지만 집권 후반기를 경험하지 못한 덕(?)을 본 때문이 아닐까.

정치학자들 사이엔 대통령 지지율이 30% 미만이면 정상적인 국정운영이 어렵다고 보는 견해가 많다. 하지만 대통령제하에선 지지율이 아무리 낮아도 정권교체까지 가는 경우는 거의 없다. 반면 일본처럼 내각제하에선 총리의 지지율이 30%까지 떨어지면 의회해산과 총선거 등을 통해 총리를 교체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최순실 국정 농단' 파문으로 14%까지 떨어졌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임기가 아직 1년 이상 남았다는 점에서 예삿일이 아니다. 무신불립(無信不立), 신뢰를 잃으면 바로 설 수 없는 법이니 국민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파사현정(破邪顯正)의 자세가 아닐까.
윤현주 논설위원 hoh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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