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도 전망도 '성한 곳 없는' 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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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 어디 한 곳이라도 볕든 곳이 없다."

장기 불황과 해운 구조조정에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 파문까지 겹쳐 한국 경제의 시름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주요 대기업 절반의 매출이 감소하고, 대우조선해양이 무급 휴직에 돌입하기로 하는 등 곳곳에서 심상치 않은 경고 신호가 포착되고 있다.

한은 제조업 매출액 조사
2년 연속 마이너스 기록

中企 11월 경기 전망
86.1로 다시 하락세


30일 재벌닷컴이 지난 28일까지 올 1~3분기 실적을 발표한 매출 상위 30대 기업(금융회사 제외)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전자, 자동차, 철강 등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수출 주력업종 기업들의 성장 부진이 두드러지면서 15곳의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감소했다. 또 지난해보다 영업이익이 줄어든 곳은 13곳으로 절반에 가까웠다.

업종별로 보면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진행 중인 조선업 기업들은 그나마 선방했지만 전자, 자동차, 철강, 반도체 기업들은 줄줄이 실적 악화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지난해 우리나라 제조업의 매출액도 3%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의 성장엔진인 제조업의 매출이 2년 연속 뒷걸음질하면서 저성장을 둘러싼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영리기업 57만 4851개(제조업 13만 748개, 비제조업 44만 4103개)를 조사 분석한 '2015년 기업경영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조사 대상 기업들의 매출액은 2014년보다 0.3% 늘어나는 데 그쳤다. 한은이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02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연간 매출액증가율은 2013년 2.1%에서 2014년 1.3%로 떨어졌고 지난해에는 0%대 초반으로 급락했다.

특히 제조업 매출이 3.0% 줄었다. 제조업의 매출액증가율은 2014년 -1.6%로 1961년 통계 작성 이후 처음 마이너스를 기록한 데 이어 2년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한은 관계자는 "지난해 제조업 매출이 줄어든 것은 국제유가 하락과 중국의 공급 과잉에 따른 철강제품 가격 하락의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또 중소기업 종사자들은 11월 경기전망을 어둡게 본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최근 3150개 중소기업 관계자를 대상으로 11월 경기전망을 조사한 결과, 업황전망건강도지수(SBHI)는 86.1로 전달보다 5.5포인트 하락했다.

SBHI는 경기를 전망한 업체의 응답 내용을 점수화한 수치다. 100을 기준으로 이보다 높으면 다음 달 경기가 좋아질 것으로 보는 업체가 많다는 뜻이고, 100보다 낮으면 그 반대를 의미한다. 추석 연휴 특수와 대규모 쇼핑관광축제 '코리아 세일 페스타' 등 소비 진작 요인에 힘입어 9월 전망부터 2개월째 상승하던 SBHI는 이로써 다시 하락하게 됐다.

조선·해운 경기 부진의 부작용도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내년 1월부터 전 임직원에 대해 한 달씩 무급 순환휴직을 실시한다. 비용 절감을 위해 조선 대형 3사 중 처음으로 무급 순환휴직을 하기로 한 것이다. 무급 휴직으로 소비가 줄면 경남 거제지역의 지역 경기가 크게 위축될 것으로 우려된다.

또 2년 안에 7조 원대로 매출 규모를 줄이고, 전체 사업의 절반 이상을 차지해 온 해양사업의 비중은 30% 이하로 낮추는 방안을 추진한다.

이주환·이정희 기자 jhwa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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