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3회 요산김정한문학상] 수상자 <거짓말이다> 김탁환 소설가
"영원히 기억하고 분노하라… 숱한 목소리 대표 집필한 것"
처음 만난 순간 눈에 들어온 것은 그의 가슴에 달린 '노란 리본'이었다. 세월호의 상징은 그의 가방, 휴대폰에서도 발견됐다. 유족과 독자들로부터 받은 소중한 선물인 목걸이와 팔찌, 반지도 있었다. 경빈엄마 전인숙 씨로부터 받은 'remember 4·16'이 새겨진 반지는 글을 쓰게 하는 '절대반지'와 같다고 했다. 장편소설 <거짓말이다>로 제33회 요산김정한문학상 수상의 영예를 안은 김탁환(48) 소설가에게 세월호는 단순한 소설 소재가 아닌, 삶의 일부분이었다.
■분노하고 정확히 기억하라
20년간의 작가 노하우를 집대성한 작품이 리얼리즘 소설로 인정받은 것 같아 정말 기쁘다는 김 작가는 "참사 속에 있었던 수많은 목소리를 모아 대표 집필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세월호 유가족과 잠수사도 좋아할 것 같고 고 김관홍 잠수사의 어린 세 자녀에게도 뜻깊은 일이 될 것 같다"고도 수상 소감을 밝혔다.
세월호 잠수사 소재 장편소설
"인간은 목숨 걸 만큼 이타적 존재
진실 드러날 때까지 글쓰기 계속"
사실 김 작가가 세월호를 다룬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2월 조선 후기 실제 기록으로 존재한 조운선 침몰 사건을 세월호 참사에 빗대어 쓴 역사장편소설 <목격자들>이 있다. 역사소설을 주로 써 온 김 작가의 장기가 발휘됐지만 비유에 그친 것이 무기력하고 비겁하게 느껴졌단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인물들을 만나봐야겠다고 생각하던 차에 소설을 읽은 416가족협의회로부터 '4·16의 목소리'라는 팟캐스트 진행을 부탁받았다. 김 작가는 "처음엔 소설을 염두에 두지 않았는데, 인터뷰하면서 이야기가 구체화됐다"고 말했다.
특히 고 김관홍 잠수사로부터 들은 얘기는 지금껏 듣던 것과는 전혀 다른 생소한 내용이었다. 침몰한 세월호를 두 눈으로 지켜본 잠수사의 얘기를 들으며 뇌리를 스친 것은 '수중의 진실이자 지상의 거짓'이었다. 물속에서 희생자를 수습한 이후 지상으로 올라오면서 진실이 어떻게 왜곡되고 법정 다툼으로 비화되는지를 사실적으로 그려내고자 결심했다.
무려 22페이지에 걸쳐 잠수사가 시신을 건져 올리는 과정을 기술한 대목, 탄원서 부분 등 세심하게 신경 쓴 곳이 하나둘이 아니다. 그는 "처참한 사진과 상세 자료를 접하면서 수면장애가 생겼을 정도"라며 "세월호 출발 당시와 비슷한 안개 낀 날의 인천항을 찾아 배를 타보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가 잠수사들에 주목한 이유는 또 있다. 바로 '이타심'이다. 시신이 물속에서 썩기 전 빨리 꺼내야 한다는 일념으로 달려갔던 그들의 순수한 이타적 행위가 어떻게 공격당하고 파괴되는지를 보여주고 싶었단다. 좁게 보면 세월호 이야기이지만 넓게 보면 한 인간의 비극적인 생애를 통해 불행 앞에서 굴하지 않는 이타적인 행위를 그려내고자 한 것이다. '책을 읽고 열 받았으면 좋겠다'고 당당히 말한 작가. 행여나 사실이 틀릴까봐 수차례 자료를 검토했다는 김 작가는 "슬픔 대신 분노하고, 정확하게 기억하자는 것이 이번 소설의 취지"라고 말했다.
■진실 규명 없는 한 글쓰기는 계속될 듯
고 김관홍 잠수사의 비보를 듣고 소설 결말을 고심했지만 김 작가는 남은 잠수사 23명을 떠올렸다. 그는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는 남은 잠수사를 위해 희망적으로 쓰기로 했다"며 "산자가 죽은 자를 끌어안고 나오는 포옹처럼 소설은 '포옹'의 확장"이라고 말했다.
김 작가는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한 글쓰기는 계속될 것 같다고 했다. 이번 소설 외에도 중편 '찾고 있어요'(황해문화 2016 여름호), 단편 '돌아오지만 않는다면 여행은 멋진 걸까'(문학사상 10월호)를 발표했다. 내년 3주기 즈음에 중·단편집을 낼 계획이며 향후 2년 정도는 세월호와 관련된 글을 더 쓸 예정이란다.
세월호 유가족들과 함께 다음 달 2일 광주를 시작으로 부산 등 전국 10개 도시를 돌며 강연도 계획 중이다. 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