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줄이 고등어 기대했건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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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어 잡으러 간 동방파제 낚시에 고등어 대신 전갱이와 전어들이 주로 낚였다. 사진은 훅앤지그 정좌용 대표의 카드 채비에 전어와 전갱이가 한꺼번에 걸려든 모습.

고등어 먹어 본 지가 언제인지 모르겠다. 국민 생선이라 불릴 정도로 흔한 게 고등어인데 왜 그랬을까. 지난 14~16일 부산 송도해수욕장에서 '부산고등어축제'가 열렸다는데 들러보지도 못했다. 고등어가 한창 물이 오를 철인데 영 아쉽다. 그래서 송도 바닷가, 정확히는 감천항 동방파제로 나갔다. 고등어를 직접 잡아서 먹어보자, 그랬던 것이다.

비바람 치는 감천항 동방파제
아침부터 낚시꾼들로 '북적'

제철 맞은 고등어 '대박' 노렸는데
흐린 날씨 탓인지 전어·전갱이만

■부산 최고의 방파제 낚시터


감천항 동방파제는 부산 최고의 방파제 낚시터로 꼽히는 곳이다. 부산수산물수출가공선진화단지 및 부산국제수산물도매시장에 인접해 있다. 수백 명도 거뜬히 수용할 수 있을 정도로 규모가 크고, 고등어, 전갱이, 학꽁치, 도다리, 갈치, 전어, 호래기 등 철마다 다양한 어종을 낚을 수 있다. 벵에돔, 감성돔, 볼락 등 고급 어종도 심심찮게 잡힌다.

만들 때 아예 낚시터로 쓸 것을 염두에 두고 설계했다. 방파제 전체에 안전펜스가 설치돼 누구나 안전하게 낚시를 즐길 수 있다. 또 내항(방파제 안쪽)과 외항(방파제 바깥쪽) 사이에는 4~5m 높이의 콘크리트 차단벽이 조성돼 바람과 파도를 막아준다. 차단벽 곳곳에 통로나 계단이 나 있으므로 내·외항을 오가는 데 불편함이 없다. 차단벽 꼭대기에는 걸어 올라가는 전망대가 두 곳 있다. 진입로는 수산물수출가공선진화단지 쪽에 있는데, 주차는 선진화단지 내 주차장을 이용하면 된다. 낚시꾼들에게 무료 개방된다.

■한꺼번에 여러 마리 노린다

고등어 낚시의 호기는 9월 말 시작돼 11월 초순까지다. 이때는 산란이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태라 고등어는 움직이는 먹잇감에는 닥치는 대로 달려드는 탐식성을 보인다. 그만큼 입질이 많고 줄줄이 낚아 올릴 수 있는 기회도 많아진다. 이왕이면 다수확 채비를 갖추는 게 좋다는 뜻이다.

바늘이 여러 개 달린 생미끼용 카드 채비가 아무래도 편하다. 카드 채비의 각 바늘엔 크릴을 미끼로 꿴다. 한창 고등어끼리 먹이 경쟁이 벌어지면 미끼 없이 빈 바늘만 던져도 낚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한다.

낚싯대는 초보자라면 막 쓰기 편한 1~2호쯤의 가는 릴낚싯대로 족하다. 원줄은 나일론 3호 정도. 이 원줄에 도래를 이용해 카드 채비를 연결한다. 카드 채비의 맨 아래에 부착하는 봉돌은 3~4호쯤이면 충분하다.

모두 낚시용품 생산업체 훅앤지그(051-467-6313)의 정좌용(58) 대표가 일러준 바다. 정 대표는 요즘 거의 매일 감천항 동방파제를 찾는다고 했다. 요즘 삼치가 제법 나오는데, 그는 고등어도 고등어지만 근래엔 이 삼치 잡는 재미에 푹 빠졌다고 한다.

■바람 세차고 비 흩뿌려도 한다

오전 8시. 암남공원 입구에서 정 대표를 만나 함께 동방파제로 향했다. 하늘은 먹구름으로 컴컴했고 비가 살짝 흩뿌렸다. 바람이 제법 거칠었다. 이런 날 고기가 잡힐까. 걱정이 앞섰다.

방파제 곳곳에 태풍 차바의 상흔이 남아 있었다. 진입로 주변엔 해일 같은 파도에 떠밀려 왔을 두께 1m 길이 3~4m쯤 되는 거대한 콘크리트 덩어리들이 흩어져 있어 보는 이를 놀라게 했다. 방파제와 붙어 있는 수산물선진화단지 접안시설 일부분은 부서져 철근이 노출돼 있었다. 접안해 있던 큰 배가 태풍에 흔들리며 부딪쳤기 때문이라고 했다. 태풍 차바의 위력이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이 됐다.

여하튼 비 오고 바람 부는 이른 아침에도 방파제엔 이미 수십 명의 낚시꾼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참 대단한 사람들이다. 정 대표가 웃으며 말했다. "여긴 하루종일 낚시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습니다. 휴일이면 그야말로 빈 자리를 찾기 어려워요. 아무튼 부산 낚시의 최고 명소인 것은 분명합니다."

■수면 3~4m 아래를 공략하다

입구 쪽에 제법 경륜이 쌓인 듯한 중년의 꾼은 "며칠 전부터 전어가 나오고 있다"고 했다. 아닌 게 아니라 그는 긴 장대로 전어 낚시를 하는 참이었다. 고등어는 어떤가 물으니 고개를 갸웃거리며 "좀 뜸한 편"이라고 했다. 어째 불길한 예감이 스쳐 갔다. 방파제에서 고등어 낚시 포인트로는 조류 소통이 원활한 방파제 끝부분이 좋다. 그런데 정 대표는 방파제 끝이 아니라 수산물선진화단지가 코앞에 보이는 입구 쪽에 자리를 폈다. 의아해하니 일단 자신을 믿어 보라고 했다.

고등어 방파제 낚시는 낚싯대를 손으로 들고 기다리지 않는다. 2m쯤의 간격으로 세워져 있는 안전펜스 기둥들에 하나씩 낚싯대를 묶어 고정하고 기다리는 방식이다. 바늘이 10개가 달린 카드 채비에 크릴 미끼를 끼우고 물속으로 내렸다. 바닥까지 수심은 10m 안팎. 정 대표는 수면에서 3~4m 정도를 노려야 한다고 했다. 그러다 입질이 없으면 수시로 1~2m씩 아래위로 공략 깊이를 바꿔주라고 덧붙였다. 바로 옆자리엔 나이 지긋한 노부부가 낚시에 열중이었다. 남들처럼 낚싯대를 멀찍이 드리우지 않고 방파제 펜스에서 바로 수직으로 낚싯대를 내리고 있었다. 왜 그러나 물었더니 자기들은 벵에돔을 잡을 거란다. 역시 고수에게 고등어 따위는 눈에 들어오지 않는 것인가.

■꿩 대신 닭, 고등어 대신 전갱이

고등어는 밑밥에 빠르게 반응한다. 밑밥을 뿌리지 않으면 밑밥 뿌리는 다른 곳으로 가버릴 수 있다. 정 대표는 자기가 직접 만든 전체적으로 녹색을 띤 밑밥을 내놓았다. 곤쟁이와 벵에돔을 갈아서 섞은 것이라 했다. 녹색으로 색을 입힌 것은 고등어를 효과적으로 유혹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고등어가 녹색 빛깔의 파래새우를 좋아한단다.

낚싯대 드리운 지가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초릿대가 휘어지면서 파르르 떨었다. 왔다! 잽싸게 릴을 감으며 낚싯대를 들어 올렸다. 이런! 손바닥보다 작은 전갱이다. 예감이 좋지 않더니만 역시. 이후로도 올라오는 녀석들은 전갱이가 대부분. 간혹 전어도 걸려들었다.

정 대표의 채비엔 전어와 전갱이가 두세 마리씩 한꺼번에 걸려들기도 했다. 이러다 고등어 맛은 못 보는 건 아닌가 우려가 됐다. 결국 이날 가져간 쿨러는 전갱이들 차지가 됐다. 잡은 고등어는 정 대표의 것을 합쳐도 겨우 4마리. 그나마 다 손바닥만 한 놈들이었다. 정 대표는 그 와중에 삼치 한 마리도 건졌다.

그는 "이런 날씨에 이 정도만 해도 감지덕지"라며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떡전어, 전갱이의 맛이 고등어보다 나을 것"이라고도 했다. 어쩔 것이랴 이 또한 낚시인 것을. 11월 초순까지 고등어 시즌이라니 다른 날을 기약할밖에.

글·사진=임광명 기자 kmy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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